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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불가' 특별약관은 소비자에게만 적용?...여행사는 언제든 취소 가능, 배상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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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불가' 특별약관은 소비자에게만 적용?...여행사는 언제든 취소 가능, 배상도 없어
불공정 구조에 불만 커져...특가상품에 집중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5.08.19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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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5월 국내 유명 여행사가 판매하는 '환불불가 조건'의 홍콩 호텔을 예약했으나 '객실이 마감됐다'며 결제 취소를 통보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같은 날짜, 동일 객실이 40만 원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 중이었다. 김 씨가 여행사에 항의하자 여행사와 호텔 측 전산이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환불불가 상품은 소비자가 취소 시 환불이 안 되는데 여행사가 취소하면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김 씨에게 취소 사유를 설명하고 사과와 전액 환불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특별약관’ 적용 상품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고액 수수료를 물리거나 환불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여행사는 명확한 사유 없이도 계약을 손쉽게 취소할 수 있으면서 배상 의무도 없는 구조다. 특히 허니문, 특가, 성수기 상품 등에 적용되는 특별약관은 환불 기준이 까다롭고 불투명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 상품의 경우 '국외여행 표준약관'이 적용돼 소비자와 여행사 각각 귀책 사유로 취소 시 여행개시일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내면  계약취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환불불가 상품에 적용되는 '특별약관'은 소비자가 취소하면 환불이 안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여행사는 별다른 귀책 사유를 두지 않아 취소가 손쉽게 이뤄진다.

여행사는 환불을 통해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는 동일한 상품을 다시 찾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별약관은 환불이 아예 불가하거나 무료 취소 가능일이 일반약관에 비해 50일 전, 70일 전으로  엄격하다. 요금 배상 비율도 높다.

그러나 여행사는 최저출발인원 미충족으로 계약을 철회할 때만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지불한다.  그 외에는 귀책사유를 두지 않아 일방적으로 취소가 가능한 구조다. 일반약관에서 여행사 사유로 계약 해제시 여행 개시 20일 전부터는 기간별로 여행요금의 10%~50% 이상 배상해야 하는 점과 비교하면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한 계약인 셈이다.

여행사에서는 모객 미달을 이유로 여행 계약 취소 시 배상 기준이 있으나 이는 일반약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행 개시 7일 전까지는 무료며, 하루 전에는 여행요금의 30% 배상, 출발 당일에는 50%를 배상해야 한다.

일반 약관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바탕으로 여행자가 계약 해제 요청시 여행 개시 30일 전까지는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 이후 20일(10%), 10일(15%), 8일(20%), 1일 전(30%)전 등 계약 해제 시기에 따라 여행요금의 일정 비율을 배상한다. 여행사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19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교원투어, 여기어때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특별약관이 적용된 상품을 조사한 결과 환불이 불가하거나 수수료가 일반 약관에 비해 과도하게 적용됐다.

환불불가 상품은 주로 허니문, 특가, 성수기 상품 등에서 많았다. 
 

▲모두투어 환불불가 상품 취소 규정
▲모두투어 환불불가 상품 취소 규정

실제로 모두투어에서 판매중인 '퍼시픽 아일랜드 클럽 사이판' 상품은 '전액환불불가'라고 표시돼 있다. 해당 상품은 특별약관이 적용되고 취소 규정에는 무료취소 가능일 이전 전액 환불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무료 취소 가능일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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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환불불가 상품 취소 규정

하나투어에서 판매중인 '하와이 카우아이 일일투어' 상품은 특별약관을 적용해 별도의 취소 환불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투어 확정 전엔 전액환불이 가능하고 확정 후에는 전액 환불불가로 기재돼있다. 투어 확정에 대한 기준이나 설명은 없었다. 
 
환불불가 상품에는 특별약관을 적용하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도 없다 '국외여행 표준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달리 별도의 취소수수료 특약이 적용된다. 국외여행 표준약관 제6조(특약)에 따르면 특별약관은 표준약관보다 우선 적용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여행사 귀책사유로 계약 해제 시 고객에게 전액 환불하고 해제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킹닷컴과 아고다를 대상으로 '환불 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는 약관이라며 시정 권고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대법원은 부킹닷컴과 아고다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소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특가상품을 고른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기에 환불 불가 약관은 소비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별약관은 여행사와 고객 간 계약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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