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압으로 설정된 계약전력으로 인해 전력사용량이 많은 업종은 입점이 안 되거나 누진세가 부과되는 상황지만 현 규정상 뚜렷한 기준이 없어 양 측 갈등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계약전력이란 특정 장소에서 한 달간 사용할 전력의 상한선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계약하는 것으로 이를 초과하면 기존전기요금의 150~200% 누진세가 부과되거나 전력이 차단될 위험이 있다.
상가입주민들은 저전압 계약전력으로 과도한 전기요금을 내거나 입점도 못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대방건설 측은 관련 내용을 분양공고 및 계약서 등에 명시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모(남)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의정부 고산 대방노블랜드 상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하는 상가입주민이자 아파트 거주민이다. 상가 번영회 소속인 조 씨는 전력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가입주민이 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조 씨에 따르면 특히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가게 등 넓고 전력사용량이 많은 매장 입주민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저전압에 따른 정전 위험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한전으로부터 전기사용 허가가 나오지 않아 매장 오픈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중인 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치킨업체 등 요식업 운영 입주민들은 계약전력보다 사용전력이 더 많아 생기는 누진세로 골치를 앓고 있다.
치킨 매장을 운영중인 두 입주민은 지난 1월 한 달 전기요금의 150%를, 지난달엔 200%를 누진세로 낸 상황이다. 이 입주민들은 지난해 1~2월 40~50만 원 수준의 전기세가 나왔는데 지난달 1월엔 20~30만 원을, 2월엔 40~50만 원을 누진세로 추가지출한 것이다.
상가 저전압문제는 입주 시 대부분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갈등 중 하나다. 대부분 건설사는 상가 전력을 4~5kW 수준의 기본용량으로 적용하고 이후 이를 승압할 때 관련 비용을 입주민이 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 씨는 “전체 상가의 계약전력을 승압하려면 50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1인당 100~200만 원 수준의 승압비용을 부담하긴 어렵다”고 호소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저전압 관련 상가입주민의 항의에 공문을 보내 관련 내용을 재차 설명한 바 있다”며 “아파트 건설 시 상가 전력을 기본용량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승압 시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하기 어렵다. 분양공고 및 분양계약서에도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시공 시 상가 계약전력을 기본용량으로 설정하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상 40평대 요식업체에 필요한 전력용량만도 30~40kW 수준인 만큼 저전압 상가 입주 시 승압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방 노블랜드가 설정한 4~8kW 수준인 기본용량의 5~6배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법도 엄정숙 변호사는 “일반 입주민과 달리 상가입주민은 건설이 끝난 뒤 공개입찰을 통해 입주한다”며 “입주민들은 협의회를 구성해 시공사의 건설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가입주민은 관련 조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 입주민들은 입주 전까지 건설사와 전기·가구·시설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지만 상가입주민들은 관련 조치가 어려워 애로사항을 사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엄 변호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요식업체 등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이 많아졌지만 건설사가 상가 전력을 '기본용량'으로 설정하는 것엔 제약이 없다”며 “이 때문에 전력사용량이 많은 요식업체 등은 상가 입주 시 전력 승압을 필수로 여길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아파트뿐만 아니라 신축건물에서도 관련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며 “상가입주민들에게도 계약 전 협의체 등을 구성해 건설사와 시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상가입주민 보호 목적으로 마련된 특례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있기는 하지만 계약전력 관련 내용은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계약전력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시 계약 성격에 따라 한전이 중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계약이 건설사, 한전, 상가입주민 3자 간에 이뤄지고 계량기 등이 한전 측 제품으로 설치된 경우 중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씨는 "상가입주민들이 한전에 계약전력 관련 민원은 넣었을 당시 한전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중재는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승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