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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상품권, 한두 달만에 휴짓조각...유효기간 짧고 연장·환불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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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상품권, 한두 달만에 휴짓조각...유효기간 짧고 연장·환불도 불가
공정위 표준약관 개정했지만 강제성 없어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3.01.3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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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정 모(남)씨는 지난해 회사에서 10만 원 짜리 대형마트 모바일 교환권을 받았다. 한 달이 넘은 뒤 지류 상품권으로 교환하려고 마트를 방문했으나 기간이 지나서 사용할 수 없었다. 발행처인 기프티쇼 비즈에 문의했지만 '유효기간 만료 후 연장 및 환불이 불가하다'는 고지가 있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정 씨는 “유효기간이 한 달일 줄은 몰랐다. 10만 원짜리 상품권이 고작 며칠 차이로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일부 금액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문 모(여)씨는 지난해 10월 작업 비용 일부를 현금 대신 40만 원 짜리 백화점상품권 모바일 교환권으로 받았다. 교환 기간이 한 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깜빡 잊어 기간이 지나 교환받지 못했다. 문 씨 역시 발행처인 기프티쇼 비즈에서 유효기간과 연장 및 환불이 불가하다는 사전 고지를 해 사용이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 문 씨는 “이용자의 부주의로 교환 시기를 놓쳤더라도 일부 금액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 서울시 성동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해 말 회사에서 5만 원짜리 대형마트 모바일 교환권을 연말 선물로 받았다. 당연히 일반 모바일 상품권과 마찬가지로 유효기간이 1년가량 되고 연장될 거라 안심하고 있던 게 문제였다. 마트에 가서 교환하려고 보니 유효기간이 한 달로 이미 지난 상태였다. 발행처인 GS엠비즈 측에 도움을 청했지만 '프로모션(B2B) 상품으로 유효기간 연장·환불 대상이 아니다'라는 고지를 이유로 거절했다. 최 씨는 "B2B로 구매했다고 연장이나 환불을 제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경품 이벤트로 받거나 기업에서 선물로 제공한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한두 달 정도로 매우 짧고 연장이 불가능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는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을 1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유효기간이 지날 경우 잔액의 90%를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경품(B2B)으로 제공되거나 할인 판매한 모바일 상품권은 대부분 이 약관을 따르지 않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일반 모바일상품권과 이용조건이 동일할 것으로 여겼다가 뒤늦게 유효기간이 지나 사용하지 못하면서 모두 판매업체의 낙전수입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원 등은 표준약관은 가이드라인일 뿐이고 소비자 역시 할인 또는 무료로 제공받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보진 않았다. 결국 소비자가 유효기간을 염두에 두고 주의해서 이용해야 하는 셈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기업 대량 구매(B2B), 이벤트를 통해 받거나 할인 구매한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에 대한 불만이 상당수다. 상품권 금액이 최소 5만 원 이상인데 교환기간이 한두 달 정도로 짧고 연장도 불가해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는 내용들이다.
 

▲유효기간 만료 후에는 연장이 불가하다고 명시돼있다
▲유효기간 만료 후에는 연장이 불가하다고 명시돼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0년 12월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을 개정해 △상품권 종류와 상관없이 유효기간을 1년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유효기간 경과 후에는 잔액의 90%를 반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사실상 기업 경품(B2B)으로 제공되거나 할인 판매한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 각 업체들은 사이트 내 고지사항과 쿠폰에 ‘유효기간 종료 후 환불 및 교환 불가’를 사전 고지했다는 이유로 면피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표준약관은 거래계약 제한을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이기에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은 관련 업계의 거래 계약서에서 사용할만한 표준적인 양식을 공지하는 개념이다. 이를 준수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해당 규정을 강제할 수 없다. 기업에서 설정한 약관이 표준 약관에 크게 벗어나거나 소비자에게 불공정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만 해당 약관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도 기업에서 대량으로 모바일 쿠폰을 구매하는 것은 기업 간(B2B)의 계약이기 때문에 무료로 모바일 쿠폰을 제공 받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 경우 짧은 유효기간이 불만이라면 모바일 상품권을 배포한 회사와 이야기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업용 모바일쿠폰을 판매하는 GS엠비즈 측은 "GS엠비즈는 B2B 형태로 쿠폰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신유형 표준 약관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해 유효 기간을 짧게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프티쇼 비즈도 “기업들이 금액을 온전히 다 지불해 정가로 모바일 쿠폰을 구매할 수 있었음에도 프로모션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으로 구매하겠다고 선택한 사항”이라며 “실제 기업상품의 경우 할인율이 큰 편이라 유효기간이 일반 상품권과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교환권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마트 수입과 무관하다. 유효기간을 짧게 설정해 소비자가 이용하지 못하면 업계에 낙전 수입이 돼 배를 불리려는 꼼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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