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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 1년에 5번 교체돼도 해지 위약금 물라고?...약관상 기준 없어 소비자만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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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 1년에 5번 교체돼도 해지 위약금 물라고?...약관상 기준 없어 소비자만 '억울'
업계 "귀책사유 명확 시 위면해지 가능"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3.10.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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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 안산에 사는 백 모(여)씨는 지난해 4월 자녀를 위해 주 1회 방문수업을 받는 조건으로 A교육업체의 학습지를 계약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다음해인 2023년 5월과 7월 총 네 차례에 걸쳐 담당 선생님이 계속 교체됐는데 또 바뀌게 될 거란 안내를 받았다. 박 씨는 선생님마다 교육 방식이 달라 일관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사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지역 지국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지국은 ‘본사와 얘길해야 하니 기다리라’더니 돌연 해지할테니 위약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백 씨는 “지국의 운영 방식과 선생님 관리에 문제가 있는데 위약금을 청구하는 게 타당한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 천안시 서북구에 사는 장 모(여)씨는 7살 자녀를 위해 유명 교육업체 B사의 학습지를 계약했다. 학습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담당 선생님이 타 지역으로 근무지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려 하자 업체 측은 위약금과 함께 당시 할인 받은 비용을 모두 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이후 또 선생님이 교체되면서 일정 때문에 학습 시간도 오후에서 저녁 8시로 옮겨졌다. 장 씨는 “본사에 항의하니 담당 지국에 책임을 전가했고 지국에서는 책임이 없다며 나몰라라 했다”고 토로했다.

#3. 서울시 영등포에 사는 조 모(여)씨는 C업체의 학습지를 계약한 후 학습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당일 수업을 취소한 게 세 차례나 돼 계약을 해지하고자 했으나 위약금을 청구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강 수업도 선생님이 지정한 시간에만 가능했고 그마저도 한 번으로 끝났다고. 평소 수업시간도 세 과목당 10분씩 총 30분인데 매번 20분만에 수업이 끝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조 씨는 "학습지 계약 철회 사유가 소비자의 단순 변심이 아닌 선생님의 수업 진행 문제인데 왜 위약금까지 부과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학습지 서비스 이용 중 교사들이 자주 교체되거나 시간 약속을 빈번하게 어기는 경우에도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물어야 해 부당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잦은 교사 교체 등은 교육업체의 과실이라고 판단해 해지를 요구하나 이때 위약금을 요구 받으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18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는 학습지 교사가 자주 교체되거나 학습 시간을 교사 임의대로 수시로 변경하는 등 교육 과정에 성실히 임하지 않아 불편을 느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이러한 지국 운영방식으로 불만을 느꼈다는 학부모들의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학습지의 경우 교사가 교체되거나 학습시간 변경이 잦은 경우 적응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교, 웅진씽크빅, 교원, 재능교육, 한솔교육 등 학습지 업체라면 규모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학습지 교사의 빈번한 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계약을 해지할 때 발생한다. 바로 ‘위약금’ 때문이다.

모든 학습지 업체들은 위약금 관련 규정을 학습지 계약 당시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하고 있다. 위약금 금액은 각 상품 결합혜택금액, 이용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해지 위약금 부과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품목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다. 회사의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회사가 남은 구독료 환불은 물론 해당 금액에 10%를 더 배상해야 하며, 소비자의 사정으로 해지할 시 남은 구독료에 10%를 제한 나머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다만 각 학습지 업체들이 이용약관에 ‘회사의 사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 입장에선 업체들의 위약금 안내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계속거래 등의 해지·해제에 따른 위약금 및 대금의 환급에 관한 산정기준’ 제 4조에도 ‘계약이 사업자의 귀책사유 없이 해지 또는 해제된 경우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사업자의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 사업자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학습지 업체 관계자는 “고객 측에서 회사의 귀책으로 약정형 서비스 해지를 요청할 경우 본사 차원에서 철저한 현장조사 및 고객과의 소통 이후 당사의 귀책사유가 명확하다고 판단될 시 위약금이 면제될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답했다.

한편 각 지역 지국의 모든 민원을 본사에서 세세하게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업계 고충도 나온다.

한 학습지 업체 관계자는 “학습지 업체별로 지국을 관리하는 담당 부서를 두고 있지만, 전국에 위차한 지국이 몇 백 개가 넘다보니 본사가 모든 민원을 관리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각 지국에서 해결 가능한 민원의 경우 각 지국에게 해결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본사에서 직접 관여해 고객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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