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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신 받는 이유 있네...삼성·한화·교보생명 '셀프 손해사정' 비율 5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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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신 받는 이유 있네...삼성·한화·교보생명 '셀프 손해사정' 비율 50% 넘어
8월, 보험법 개정안 시행 효과 회의적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4.04.3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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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경기도 오산에 사는 왕 모(여)씨는 백내장 진단을 받고 수술 전 가입해뒀던 A보험사에 문의 시 약관에 따라 의료비의 90%를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수술 후 실비를 청구했으나 보험사와 연계된 손해사정사가 방문해선 필요한 절차라는 이유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고. 손해사정사는 왕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수술 당일 그의 위치를 파악한 뒤 "통원치료를 받았어야 한다"고 판단해 보험금 부지급 처분이 내려졌다. 왕 씨는 "나중에 변호사와 상담해보니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손해사정사가 가입자 동의 없이 위치까지 조사하는 이런 강제적인 행동에 무조건 당해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사례 2#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퇴원 후 보험금을 청구했고 B보험사 손해사정사가 방문해 20장 가까운 문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이후 건강검진을 통해 고혈압 약을 먹었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가 거절됐다. 김 씨는 약을 처방받아 먹은 적이 없어 항의했으나 민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손해사정사가 병원 이력이나 약 복용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상세 설명 없이 사인만 받아갔다"고 비판했다.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하는 이른바 '셀프 손해사정'이 소비자 분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오는 8월부터 보험회사가 손해사정업무를 자회사에 50% 이상 맡기면 이사회에 보고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대형 보험사들의 셀프 손해사정 건수는 여전히 5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셀프라도 손해사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30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보험사와 손해사정사 간의 분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의 손해사정 업무 가운데 자회사 위탁 비율이 5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험사들은 모범규준이 지난해 후반에 시행된 탓에 수치가 다소 높게 나타났을 뿐, 올해부터는 50%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8월부터 보험회사가 손해사정업무를 자회사에 50% 이상 맡기면 이사회에 보고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므로 셀프 손해사정은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개정안은 손해사정 건수를 기준으로 카운트하고 홈페이지 공시 외에 별다른 제재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나 '소비자 신뢰 회복'에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각 사 결산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교보생명의 자회사 손해사정 업무 비율은 63.3%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자회사 손해사정 업무에 지급한 수수료도 전체의 80%에 육박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최근 기준으로는 50% 아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의 자회사에서 진행한 손해사정 건수는 50.6%로 빅3 생보사 중 가장 낮은 반면 수수료 지급 비율은 88.5%로 90%에 육박했다. 일각에서는 비용이 높은 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몰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모범규준 시행이 작년 11월 말이어서 2023년 연간이 아닌 하반기로 본다면 47.4%이고 올해도 더 낮은 수준으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역시 자회사 손해사정 건수 비율이 58.8%, 수수료 지급은 83.8%로 높은 수준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비교적 자회사 손해사정 건수가 많았어서 연간으로 보면 높게 보이는데 7월부터는 50%이하 수준으로 관리중"이라고 전했다.
 

손해보험사는 자회사 손해사정 비율이 50% 이상 넘는 곳은 없었다. 

삼성화재의 자회사 손해사정 업무 건수 비율이 39.8%로 가장 높았다. 지급한 수수료도 69.4%로 높은 수준이다. DB손해보험은 업무 건수 비율은 17.8%로 낮았지만 금액 비율이 70.5%로 높았다.

이외에도 KB손해보험은 업무 건수 비율은 27.5%였고 금액 비율은 56.3%로 절반을 넘어섰다. 현대해상의 경우 유일하게 건수와 금액이 각각 28.1%, 21.6%로 20%대 수준이었다.

지난해 7월 금융위는 '손해사정 업무위탁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 자회사 손해사정 위탁공시를 강화했다.

보험회사가 자회사에 손해사정업무가 직전년도 건수 대비 50% 이상 위탁하는 경우 손해사정사・손해사정업자 선정기준과 그 기준에 따른 선정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올해 2월 개선방안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세부사항을 구체화하는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됐고 5월13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8월7일 시행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금액이 아닌 건수로만 측정하기에 자회사 업무위탁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는 해소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이사회 보고 후 홈페이지 공시만 하면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손해사정 업무건수가 50% 이상일 경우 공시하는 이유는 '투명성'을 위해서다"라며 "손해사정 업무는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업무지만, 가입자들의 공정성을 위해 손해사정업자 선정 기준 등을 따져 공정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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