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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축소 종착지는?③] 은행 대체점포 가능성만 보인 채 답보 상태...당국은 '당근'없이 '채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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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축소 종착지는?③] 은행 대체점포 가능성만 보인 채 답보 상태...당국은 '당근'없이 '채찍'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4.05.2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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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디지털금융시대를 빠르게 앞당기는 결과를 남겼다.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예적금 뿐 아니라 대출과 펀드투자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편리함에 젖어드는 동안 은행들은 발빠르게 점포를 줄여 나갔다. 그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에만 전국에서 1000개 가까운 점포가 사라졌고, 이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층 소비자에게는 불편과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은행 점포 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지를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021년 10월 CU편의점 내에 하나은행 무인점포가 입점하는 형태의 '편의점 특화점포'가 서울 마천동에 처음 들어섰다. 은행이 이종업권과 제휴를 맺고 선보인 최초의 특화점포였다. 

전국 방방곡곡 거미줄처럼 연결된 편의점 점포망에 오프라인 창구 업무의 80% 가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고기능자동화기기(STM)를 설치해 비대면으로 주요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유형이었다. 
 

▲ 지난 2021년 10월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하나은행-CU 상업자 표시 편의점(PLCS)
▲ 지난 2021년 10월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하나은행-CU 상업자 표시 편의점(PLCS)

하나은행과 CU가 처음 선보였고 이후 신한은행은 GS리테일과 제휴를 맺고 GS25 편의점과 GS수퍼마켓 내에 디지털 데스크를 입점시켰다. KB국민은행도 이마트 노브랜드와 이마트24 편의점 내에 무인 디지털 점포 2곳을 선보였다. 

이듬해 4월에는 경기도 용인시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공동점포가 등장했다. 한 공간에서 두 은행이 점포를 운영하는 일종의 '적과의 동침'이었다. 보수적이면서 경쟁이 심한 은행권에서 보기 힘든 형태여서 당시 금융권 전체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부산은행, 한국씨티은행도 공동점포 대열에 합류했다. 

은행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은 당시 점포 축소에 대해 비판적 여론과 금융당국의 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대체점포가 시도되기 전인 지난 2021년 2월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점포폐쇄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은행 내부 의사결정으로 점포를 폐쇄할 수 있었지만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에는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폐점 점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점포를 폐점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자율규제이긴 했지만,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의 대안으로 특화점포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선 것이다. 편의점 특화점포와 은행 공동점포는 점포 통·폐합 시대에 대체 점포로서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점포는 더 이상 확대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추가 개점이 완전히 멈춘 상태다. 현재 운영중인 편의점 특화점포는 은행별로 3~4곳, 공동점포는 1~2곳 내외다. 추후 확장 계획도 전혀 없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급변하기에 특화점포는 이슈에 따라 고정된 형태가 아닌 트렌드에 맞게 내놓는 것이다.  은행의 경영활동으로 또 다른 형태의 특화점포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면서 "다만 특성화 점포들이 유의미한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운영 과정에서 협의가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 화상상담 가능한 '편의점 특화점포', 유지비용 부담 줄인 '공동 점포'...제휴사 이해관계 확장에 한계 

특화점포들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대신하기 위해 등장했지만, 애초에 은행의 기능을 100%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융합하는 형태로 소비자들의 불편을 얼마간이라도 덜어주는 효과는 낼 수 있었다.  

우선 편의점 특화점포는 전국 수만여 개 편의점을 활용할 수 있어 접근성에서는 은행 못지 않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편의점 특화점포는 고기능 자동화기기(STM)를 이용해 은행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STM은 실시간 화상상담 기능이 있어 본사 직원과의 영상통화를 하며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채널에 비하면 상당한 장점이 있다.

다만, 기업여신 업무나 금융투자상품 가입 등 대면을 통한 검증을 필요로 하는 업무는 STM을 통해서만 따로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대출 상품은 STM을 통해 화상상담을 한 뒤 모바일뱅킹으로 비대면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원금비보장 금융투자상품도 화상상담으로 상품 설명을 들을 수 있지만 가입 과정 중 하나인 투자적합성 평가 등은 모바일 앱으로 별도로 해야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STM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기업여신 등 일부 업무는 여전히 대면 채널을 통해서만 소화가 가능하다"면서 "많은 기능을 추가하려고 하지만 한계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한 비대면 거래보다 잇점이 많지만, 유감스럽게도 은행과 편의점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추가 확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 뿐만 아니라 편의점 본사, 가맹점주 등 이해 당사자가 많은데 점포 위치부터 운영비 배분 등에서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지난 2022년 9월 경기도 양주시에 문을 연 KB국민은행-신한은행 공동점포. 한 건물에 2개 은행이 동시 입점한 형태로 주목 받았다.
▲ 지난 2022년 9월 경기도 양주시에 문을 연 KB국민은행-신한은행 공동점포. 한 건물에 2개 은행이 동시 입점한 형태로 주목 받았다.

은행들끼리 모여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공동점포 역시 순기능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는 대신, 다른 은행과 공동으로 점포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는 커다란 장점이다. 게다가 한 공간에서 두 은행의 업무를 볼 수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은행의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도 있어다.

그러나 한 점포를 나눠 쓰다보니 은행별로 투입되는 직원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취급가능한 업무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공동 소액 입출금이나 제신고 업무와 같은 간단한 업무 처리만 가능할 뿐 금융상품 가입과 같은 '풀뱅킹 서비스'를 받으려면 다른 점포를 방문해야한다.

디지털금융에 취약한 고령층 소비자들에게는 단순업무만 가능한 공동점포라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더 이상 확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역 선정을 두고 각 은행들이 각자 원하는 지역이 달라 입지선정 단계부터 이견이 많고 설사 공동점포 운영을 시작하더라도 건물 운영비용 배분과 상주 직원 수, 점포 인테리어 등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해야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점포이다보니 개별 은행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해 오히려 운영하는 것이 손해라는 후문이다. 

공동점포를 도입한 한 은행의 관계자는 "편의점 및 은행 공동점포 등의 형태는 제휴사와 타행과의 협업과 관련한 충분한 논의 뿐 아니라 해당지역 고객에 대한 분석과 의견 청취가 뒷받침되어야한다"면서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사항은 없으나 고객 접근성과 지역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 축소폭이 줄어든 것과 달리 은행 ATM기기는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 축소폭이 줄어든 것과 달리 은행 ATM기기는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 점포 줄이는데 ATM도 비용 이유로 급감...편의점 제휴 ATM이 은행 대체할까?

점포 통·폐합 문제 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자동화기기(ATM)도 매년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모바일 뱅킹 확대로 ATM 이용 빈도가 줄어들자 은행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 ATM기기는 2만7861대로 5년 전이었던 2019년 말 대비 8521대(-23.4%) 줄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한 점포 폐쇄와 달리 ATM기기는 매년 2000~3000여대 씩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원인은 수요 감소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CD공동망을 통한 계좌이체 및 현금인출 금액은 14조8485억 원으로 지난 2005년 2월 이후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1대 당 연간 운영비가 1000만 원 이상 소요되는 ATM을 굳이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은행들이 ATM 기기를 매년 수 천대 씩 철수하고 있지만 오히려 편의점 업계는 ATM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특화점포 설립보다 일부 금융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출금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며 자체 ATM 기기를 늘리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GS25 편의점이다. GS25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11개사와 제휴를 맺고 금융회사 영업시간 내 자사 ATM으로 현금 인출시 인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세븐일레븐은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10개사와 제휴를 맺고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CU 역시 대구은행, 경남은행 등 7개사와 제휴를 맺었다. 
 


편의점 제휴 ATM은 대부분분 '영업시간 내 출금시에만' 제휴사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ATM 기능 자체는 은행 ATM과 동일하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3사 고객들은 24시간 출금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메리트로 꼽힌다. 

편의점 ATM 제휴의 경우 은행과 편의점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체 ATM을 줄여 ATM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점 업계는 내점 고객 확대와 점포 매출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ATM을 설치한 뒤 점포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서는 점포 내 ATM 기기 이용고객의 약 30% 가량이 편의점 물품 구매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의점 GS25의 경우 올해까지 ATM 설치 점포를 약 1만4000여 개까지 늘릴 예정이고 CU와 세븐일레븐 역시 제휴 금융회사를 꾸준히 늘리면서 ATM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편의점 ATM은 이미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은행과 동일한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특화점포의 경우 은행의 일부 기능을 편의점이 담당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형태였고 편의점의 금융 기능 활성화의 핵심은 ATM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빠르게 확대하면서 편의성을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ATM이기에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점포 수익성 떨어지는데 당국은 점포 폐쇄 막기에 급급...은행 "점포 유지 위한 유인책도 필요"

이처럼 은행들이 점포를 줄일 만한 명분이 많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점포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점포를 유지하는 은행들이 가질 수 있는 이익은 적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폐쇄하려고 하면 정책수단으로 억지로 막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은행들이 점포 통·폐합을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 감소다. 현재 은행 업무의 상당수는 모바일 뱅킹을 통해서도 가능한 수준으로 업무의 70~90%가 비대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 하나은행 비대면 상품 판매 비중
▲ 하나은행 비대면 상품 판매 비중

예를 들어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신용대출의 95.5%, 담보대출의 75%가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졌고 예·적금 상품도 전체 계약의 73.2%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은행도 적립식 예금 가입의 96.5%, 신용대출의 83.9%가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졌고 상대적으로 고령층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농협은행도 전체 상품의 74%가 비대면 채널에서 판매됐다. 

반면 은행 점포 운영과 관련한 가장 최근 정책은 지난해 4월에 발표한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이다. 여기에는 은행들의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하고 폐쇄시 대체점포 마련 및 공시를 비롯한 점포 폐쇄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점포를 지속 유지하는 은행들을 독려하는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은행의 공공성'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은행 점포 통·폐합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점포 통·폐합을 최소화하면서 은행에게 '당근'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형태로 점포 전략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지역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점포이지만 사회공헌 차원에서 점포를 유지한다면 이를 사회적 역할로 인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보조해주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면서 "다른 사업에서 이익이 많이 나오니 점포를 유지하라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포 유지시 직접적인 혜택은 없지만 금융회사 지역재투자 평가시 금융인프라 항목에서 가점 또는 감점이 있고 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도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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