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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수소차 판매부진에도 '수소사회 대전환'에 우직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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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수소차 판매부진에도 '수소사회 대전환'에 우직한 승부수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4.05.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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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소사회 대전환'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 다지기에 한창이다.

전세계적으로 수소차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지만, 당장의 수소차 판매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제대로 된 수소에너지 생산‧유통 체제를 갖추며 긴 호흡으로 전기차 이후 시대를 그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를 중심으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신기술 개발에 나서며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대표 정의선‧장재훈‧이동석)는 현재 이달 내에 현대모비스(대표 정의선‧이규석)의 수소연료전지 생산‧연구개발(R&D) 시설과 자산, 인력을 이관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연간 1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나는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을 2178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수소 원천기술과 생산기술을 집약해 생산효율을 증대시키고, R&D–생산–차량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수소사업 전략은 승용차에 국한되지 않고 생산, 유통 인프라와 상용차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 ‘ATC 엑스포 2024’에서 북미 수소 상용 밸류체인 확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지에서 ▲수소 공급 및 충전소 구축 ▲리스 및 파이낸싱 ▲유지보수 등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 공급에 이은 사업 확장 조치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해 부품 및 완성차 운송에 사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대규모 채용도 실시했다. 당시 전략기획, 사업개발, 상품전략 등에서 수소부문 채용이 이뤄졌는데 현재는 기술개발 부문으로도 영역이 확대됐다. 현대로템(대표 이용배)에서도 1분기 수소 분야 채용을 실시했다.

현대차는 2025년 수소차 넥쏘의 후속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2020년 첫 선을 보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상품성 개선 모델도 개발 중에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수소사업에 관심을 이어가는 것은 정의선 회장이 “수소가 미래”라며 수소사회로의 대전환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 수소산업을 대표하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수소인프라 구축과 차량 확대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 초 열린 세계최대가전박람회 ‘CES 2024’에서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를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고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은 현대건설(대표 윤영준)과 현대엔지니어링(대표 홍현성), 현대로템이 자원순환형‧재생에너지 기반 기술로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고 현대글로비스(대표 이규복)가 수소에너지 저장과 운송, 현대차와 현대로템이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수소 전기차‧전기트램 등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구축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인프라구축과 신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생활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수전해 방식의 ‘그린 수소’ 생산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전해 방식은 수자원이 제한적이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실현이 어렵다.

현대차는 상반기 내에 두 번째 이동형 수소 충전소를 제주도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2022년 10월 서울 광진구에서 처음으로 이동형 수소 충전소를 선보인 바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은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일 500kg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현대건설은 유기성 폐기물의 바이오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과는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사업의 공동 수행 협약도 맺었다.

현대로템은 현재 수소추출기를 통해 천연가스, 바이오가스로부터 99.995% 이상 고순도의 수소를 하루에 640kg까지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수소 전담 기관 및 산학 협력을 통해 액화수소 저장 등 신기술 개발에도 참여 중이다.

수소에너지 운송
수소에너지 운송

현대엔지니어링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하는 Plastic-to-hydrogen(P2E)을 추진 중이다. 또 현대건설과 함께 수전해 플랜트 설비 구축 경험을 살려 중동 등 해외 지역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기업답게 육상에서는 충전소, 해상에서는 암모니아 운반선을 기반으로 수소 물류 사업을 수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초대형 가스 운반선 2척을 인도받아 수송 역량을 키우고 발전소를 중심으로 고객군을 지속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로템은 2021년 정부의 양산형 수소전기트램 개발에 참여해 지난해까지 실증사업을 수행했다. 앞으로 수소전기고속열차, 소수전기기관차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소전기트램
수소전기트램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가 궁극의 에너지원으로서 전기차 다음 세대를 이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며 “현재 수소차 실적과 사업 환경은 침체돼 있지만 당장의 수소차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고 제대로 된 수소에너지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소사회 대전환이 이뤄지려면 충전 인프라 구축과 인식 제고가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 충전소 한 곳당 건설비용이 20억~30억 원으로 높고, 폭발위험도가 높다는 인식 등이 인프라 구축의 불안요소라고.

실제 수소사업은 그간 수소충전소 확충 지연, 수소차 판매 부진 등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10기, 80기, 91기의 수소충전소 및 수소충전기를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설치된 기기는 목표의 60%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274기의 수소충전소가 구축돼 있는데, 이중 84개를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세웠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 넥쏘, 일렉시티 등 지난해 수소차 판매량이 5012대로 전년에 비해 55.9% 감소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7%로 중국 차이나 코머셜(37.1%)에 1위 자리를 내줬다. 3위 일본 토요타(26.6%)와도 격차가 좁혀졌다. 글로벌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30% 줄었다. 올 1월에는 국내에서 팔린 수소차가 2대에 그친다.

한국도로공사와 현대차 등이 출자해 만든 승용차용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하이넷은 지난해까지 4년째 적자에 자본잠식률도 30%에 이른다. 이 기간 누적 적자액은 310억 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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