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지난해는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주력 사업 경쟁력 약화, 미래 사업 침체 등 위기론 속에서 큰 폭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빨라진 11월 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 10월 27일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사업 전반에 걸친 경쟁력 약화로 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2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특별한 행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인사는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가 유지됐고 사장 승진은 2명에 그치는 등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이 회장이 취임 첫해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대표 한종희)는 최근 3분기 영업이익(9조1000억 원)이 10조 원을 넘길 것이란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 반도체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연간 영업이익이 뒤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MB)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기술이 뒤쳐진 게 더욱 뼈아프다.
앞서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비상경영 선포 의미의 원포인트 인사를 실시하며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DS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한 바 있다.
미래 사업으로 성장성이 큰 이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 여파로 실적이 부진하다. 영업이익이 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LG화학에 비해 감소폭이 7배 이상으로 크다.
건설 업황 침체로 삼성E&A(대표 남궁홍)도 올해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증권가에선 삼성E&A가 비화공 부문 수주 공백으로 2025년 실적도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목표주가를 21.4% 내렸다.
특히 최윤호 삼성SDI 대표와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삼성전기는 올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존림)는 역대 최대 수주 기록을 갈아치우며 실적 분위기가 좋다. 삼성중공업(대표 최성안)도 2021년 이후 이뤄진 대규모 수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올해는 영업이익이 2배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2015년부터 이어지던 8년 연속 적자 늪에서 탈출했다.
삼성물산(대표 오세철·이재언·정해린)도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업황 침체 속에서도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생명(대표 홍원학)과 삼성화재(대표 이문화)는 올해 나란히 2조 원 이상 순이익을 내며 최대 기록을 쓸 전망이다. 삼성카드(대표 김대환)는 연간 순이익이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대표 박종문)도 올해 순이익이 50% 이상 늘어난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발간한 연간 보고서를 통해 “경영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