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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환불” 모델하우스 상담사 말 믿었다가 낭패...가계약도 정식계약, 계약금 환불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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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환불” 모델하우스 상담사 말 믿었다가 낭패...가계약도 정식계약, 계약금 환불 어려워
계약서에 '가계약금 회사 귀속' 삭제하거나 환불 명시해야
  • 이설희 기자 1sh@csnews.co.kr
  • 승인 2024.12.2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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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장 모(여) 씨는 지난 10월 대형 건설사 A사의 민간임대 선착순 분양에 당첨돼 가계약금으로 100만 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실계약을 앞두고 자녀의 학군 문제로 분양을 취소하고 가계약금 환불을 요청했다. A사는 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김 씨는 “가계약금은 무조건 환불 받을 수 있는 줄 알았다”고 속상해했다.

#사례2=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김 모(남) 씨는 지난 9월 중견 건설사 B사의 신축 아파트를 가계약하며 계약금 1000만 원과 발코니 확장 계약금 165만 원을 입금했다. 김 씨는 일주일 만에 취소 의사를 밝히며 가계약금 환불을 요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김 씨는 “모델하우스에서는 바로 환불을 해줄 수 있다고 했는데 말이 바뀌더라. 작은 돈도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3=경기도 광주시에 거주 중인 오 모(여) 씨는 대형 건설사 C사의 모델하우스에서 가계약금 300만 원을 입금하면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모델하우스 상담사는 가계약금만 입금하면 바로 원하는 동과 호수를 지정할 수 있고, 해약을 원하면 바로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 씨는 다음 날 해약 신청을 했는데 한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환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오 씨는 “상담사 말을 믿고 계약을 한 건데 가계약금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분양 시 가계약금을 입금했다면 취소하더라도  환불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계약이라고 해도 계약서에 물품, 금액, 잔금 지급 등의 내용이 언급됐다면 정식 계약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에서 취소 시 바로 환불해 준다는 상담사의 말을 믿고 계약한 소비자들로서는 억울함이 더욱 클 수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가계약금 입금 후 몇 시간, 혹은 며칠 만에 취소를 요청했지만 환불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계약은 정식계약과 달리 단순변심으로 취소해도 계약금 환불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쉽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계약금 환불은 가계약서에 환불 규정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 게 아니라면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금 방법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이후 정식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해도 매매계약은 성립한다. 대부분의 가계약서에는 ‘단순 변심 등 계약 해지 시 가계약금은 회사에 귀속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 때문에 모델하우스 등에서 상담사의 말만 믿고 가계약서 세부 조항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를 요청해도 소용이 없다.  계약을 포기하고 싶다면 가계약금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가계약서를 작성할 때 앞서 언급한 해당 항목을 삭제하거나, 계약 해지 시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 혹은 모델하우스 등에서 환불 등을 언급한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갖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가계약은 간소화된 절차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챙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재윤 법무법인 제이앤케이 변호사는 “많은 소비자들이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가계약서에 '계약 해지 시 위약금'에 관한 명문을 추가하거나 '해지 위약금 관련 명문을 협의하에 삭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보통의 소비자는 가계약을 정식 계약과 다르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본계약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며 “계약 파기 시 가계약금을 돌려주겠다는 특약이 있는 녹취 등 증빙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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