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고 모(여)씨는 'O필라테스' B지점에서 본인과 동생의 각각 100회씩 수강할 수 있는 회원권을 159만 원에 결제했다. 고 씨는 35회, 동생은 40회를 소진한 가운데 지난해 연말 'O필라테스' 측의 영업중단 통보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고 씨는 “이전에도 휴강이 잦았고 강사가 불참하거나 교체되는 일이 빈번했다”며 “최근에야 강사 임금 체불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백 모(여)씨는 지난해 12월9일 'O필라테스' C지점에서 개인 레슨 200회 회원권을 120만 원에 결제했다. 백 씨도 지난 29일 영업중단 문자메시지를 받고 직접 업장을 방문해 봤지만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백 씨는 “대표자 명의로 문자 메시지도 보냈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한 필라테스 업체가 돌연 운영 중단을 결정하고 사업 매각을 선언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 회사는 운영 중단을 통보하기 3일 전까지 신규회원 등록을 받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카드로 할부 결제한 경우 카드사를 통해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할부가 완료됐거나 계좌이체, 현금 등으로 결제했다만 현재로서는 당장 환불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5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부터 약 5일간 'O필라테스' 관련 약 70여 건의 소비자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업체가 회원들에게 경영난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하고 사업을 매각한다는 문자를 발송한 29일부터 민원이 속출했다.
'O필라테스'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폐업대행업체인 D사를 통해 매수자를 확보해 매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8일부터 지점별로 환불신청서를 받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O필라테스'는 서울 및 수도권에 직영점 여섯 곳과 가맹점 한 곳을 운영했다. 소비자 상황을 공유하는 단톡방 인원만 약 730명이다. 인당 회원권 잔액을 100만 원으로 환산하면 환급 규모가 7억 원 상당이다.
'O필라테스' 측에 세부적인 환급 절차와 가능 여부 등에 대해 묻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폐업대행업체 측은 “폐업 대행을 맡은 사례 가운데 적게는 5%, 많게는 전액을 보상한 경우도 있다”며 “회원권 환불 규모는 폐업 대행을 의뢰한 대표자가 자금을 얼마나 융통해 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폐업대행업체는 의뢰를 받은 사업장의 부채 규모를 파악하고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끌어오는 일을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남은 회원권은 부채로 취급되며 환불 접수를 받는 것은 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라며 "각 점포에 남은 보증금도 건물주와의 협의를 통해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운영 중단 문자가 발송되기 엿새 전인 지난해 12월23일에도 광고 문자를 발송했고, 사흘 전인 26일에도 신규회원 결제를 받았다면서 준비된 ‘먹튀’라고 주장한다. 'O필라테스' 측이 D사에 폐업을 의뢰한 것도 폐업 문자를 보내기 7일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O필라테스' 측이 폐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폐업대행업체 관계자는 "선택지에는 매각과 이관, 파산이 있다"며 "늦어도 1월 중으로 부채파악을 완료하고 2월 중순까지는 대표자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파산을 선택한다면 민형사적인 책임은 대표자가 감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런 부분까지 따져서 대표자들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피해자 오픈 카톡방을 꾸려 상황을 공유하고 지난해 12월30일부터 관할 경찰서에 방문해 진성서와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민사사건으로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3일간 'O필라테스'와 관련해 약 50건의 소장이 제출됐다"며 "추가로 소장을 제출하겠다는 피해자가 많아 소장을 추가로 받고 수사 방향을 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를 통해 할부 결제했고 아직 할부 중이라면 카드사에 항변권 행사를 할 수 있으나 할부가 마무리 됐거나 일시불·계좌 이체·현금으로 결제한 소비자는 고소장 제출 외에는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폐업대행업체에 따르면 점포 일곱 곳 가운데 여섯 곳은 직영점이라 D사에서 환불 업무를 대행한다. 나머지 한 곳은 가맹점으로 이곳에서 직접 환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 정보공개서가 등록돼 있지는 않다.
'O필라테스'는 폐업대행업체에 사업 매각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D사 관계자는 “실제로 매각으로 이뤄지는 사례는 10건 중 1건도 안 된다. 남은 자산에 비해 고객들의 미사용 회원권 등 부채가 많다면 역권리금을 얹어주는 것이 아닌 이상 매각이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최대한 매각이나 이관이 되는 것이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