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산업을 거론할 때면 항상 ‘내수용’ 꼬리표가 달렸다. 그러나 최근들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 연구개발(R&D)에서 굵직한 신약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제약사의 성장 전략도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한 신약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제약을 넘어선 사업 다각화 움직임도 나온다. 제약 CEO들도 신년사를 통해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 마련을 주문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는 K-제약의 성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전체 매출 중 88%는 내수에서 발생한다. 연간 수출액은 약 2000억 원 정도다.

한미약품은 글로벌을 ▲중국 ▲일본 ▲동남아 ▲중동 ▲중남미 5개 권역으로 나눠 주요 제약사와 신제품 개발, 판매 계약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1월까지 24개국 59개사와 거래 협의가 이루어졌는데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공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총 28종으로 항암 분야 15종, 비만·대사질환 6종, 희귀질환 5종, 기타 2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 기관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21건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은 5건, 유망 혁신치료제에도 1건 지정됐다.
임상 2상 이상 단계에 진입해있는 파이프라인이 12종이다. 이 중 7종은 로슈, 어썰티오 등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임상 3상 대상자를 모집 중인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해 5종은 한미약품이 직접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블록버스터(연 매출 100억 원 이상)로 평가 받는 제품 육성을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내수를 1조7000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진출 투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한미약품의 블록버스터 제품 로수젯으로 한미약품 전체 원외처방액의 17.8% 비중을 차지한다. 2023년 기준 1788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은 15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면 지난해 2000억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슷한 수준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는 치료제는 국내 제약사 중에선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뿐이다.
로수젯은 국내 최초 로수바스타틴, 에제티미브 복합제로, 단일제 사용 시 스타틴 고용량으로 간독성, 근육병증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저용량으로 LDL(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점과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장점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로수젯과 같은 시장 내 주목받는 치료제 개발이 목표로 현재 품목허가가 진행 중인 고혈압 치료제과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로수젯을 이을 후보 제품이다.
아모잘탄플러스엘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작용기전을 가진 성분을 낮은 용량으로 조합한 세계 최초 1/3 저용량 3제 복합제로 경쟁력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연내 임상 3상을 마치고 품목허가를 신청해 내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