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상록구에 거주하는 조 모(남)씨는 B렌탈업체의 정수기 렌탈 중 약정기간 3년 만료가 가까워오자 담당 점검원부터 ‘새 정수기로 무상 교체해주겠다’는 안내를 받아 수락했다. 이후 계약 해지를 위해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제품을 무상으로 교체 받은 시점에 5년 약정의 새 렌탈 계약이 체결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지금 해지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것. 신규 렌탈 계약서엔 C렌탈업체 직원의 이름이 서명돼 있었다. 조 씨는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것처럼 해놓고 신규로 렌탈 계약을 맺어놨다"며 기막혀했다.
#. 진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남)씨는 C렌탈업체가 영업장에서 사용 중인 정수기가 오래됐으니 교체해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렌탈 기간이 갱신돼 5년으로 연장된다는 사실은 듣지 못했다고. 몇 달 뒤 매출 부진으로 폐업을 결심하고 업체에 약정 해지를 요구하자 5년 기준의 위약금을 부담하라고 했다. 이 씨는 "들은 바가 없으니 증빙 자료를 달라고 하자 연락주겠다는 말만 하고 소식이 없다"고 어이없어 했다.
렌탈업체의 방문 점검원들이 일선 현장에서 기존 기기를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것처럼 속여 계약을 연장하는 불완전판매를 일삼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이들은 새 제품으로 무상 교체해주겠다며 충분한 설명 없이 신규 렌탈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불완전 판매 행위로 현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소비자들은 방문점검원의 권유에 따라 제품을 교체했다가 계약 기간이 연장돼 위약금 문제로 해지도 못하는 등 재산적 피해를 입는 경우도 생긴다.
방문점검원은 특수고용직으로 영업성과에 따라 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무리한 영업 행위가 매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렌탈업계 관계자들은 “방문 점검원 교육을 철저히 이행하고 불완전 계약이 확인되면 소비자 피해 구제에 힘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3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 따르면 국내 렌탈 업체에서 정수기, 비데 등 가전을 렌탈해 이용하던 중 방문점검원의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매년 쏟아지고 있다. 코웨이, SK매직, 쿠쿠, 청호나이스, 현대큐밍 등 대부분 렌탈가전사가 해당된다.
이들은 ▲‘새 제품으로 무상 교체해주겠다’면서 신규 렌탈 및 재렌탈 계약 진행 ▲렌탈 계약서에 방문 점검원이 본인 이름으로 대리 서명 ▲ 렌탈 계약 체결 시 다른 제품도 렌탈 품목에 끼워 계약 진행 등의 불완전 판매 행위를 일삼았다고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행위들은 고객 몰래 이뤄졌으며 대부분 제품 렌탈 약정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소비자들은 이 과정에서 사용하지도 않은 제품의 렌탈료를 매달 납부하거나 기존 제품 렌탈 계약을 해지하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체결된 신규 계약으로 인해 수십만 원의 위약금을 무는 등 재산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렌탈업체 관계자들은 방문 점검원들의 불완전판매 행위를 막기 위해 판매자 및 영업 관리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불완전 계약을 관리 및 예방하는 활동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렌탈업체 관계자는 “불완전 계약이 확인되면 해당 책임자에 대한 패널티를 부여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고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고객의 동의 없이 계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철저한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자필 서명을 필수로 받거나 계약 완료 후 당일 계약자가 등록한 휴대전화번호로 계약 동의 사실과 구매 내용을 알림톡 또는 문자로 발송하는 등 다중 확인 절차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렌탈 업체 관계자는 “렌탈 계약서 서명 시 본인 인증을 반드시 거치고 있으며 렌탈 계약 체결 시 상세 내용과 위약금 등 필수 고지 사항을 고객에게 충분히 안내했다는 걸 녹취한다”면서 “고객 클레임 발생 시 절차 상에 문제가 있었는 지 확인 검토 후 방문점검원에 과실이 있을 경우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계약 해지 등 피해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방문 점검원의 계약서 대리 서명은 고객 합의가 없었을 경우 절차상 불가하다. 만일 고객과의 합의를 통해 점검원이 대리 서명할 경우 고객이 대리 서명에 응했다는 녹취본이나 증거 서류를 반드시 구비해 놓아야 한다.
일각에선 방문점검원이 특수고용직이란 특성 때문에 불완전판매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수고용직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며 본사에서 임의 규정한 위수탁 계약서에 서명하고 근무한다. 이들은 기본급이 없어 제품 영업 수수료로 매달 수익이 정해진다. 이 때문에 무리한 영업 행위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고 본사는 정직원이 아닌 방문점검원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렌탈 계약 방식이 전자식으로 변화하면서 방문점검원의 불완전 판매 행위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게 렌탈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렌탈 업체 관계자는 “옛날에는 지류를 통해서만 렌탈 계약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전자 계약으로 많이 바뀌었다. 따라서 핸드폰 본인 인증을 거치고 본인이 직접 전자 계약서를 작성을 해야 한다. 재렌탈의 경우에도 신규 렌탈처럼 모두 본인 서명을 받는 등 프로세스가 더욱 엄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