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내 AI교과서 발행사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중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I교과서 발행사들은 구름과 블루가,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에누마, 와이비엠,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등 총 7곳이다.
AI교과서 발행사들은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차등 없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미래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교과서는 지난 2023년 2월 교육부가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의 핵심 정책 사업으로 지난해 9월 검정 본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학과 영어, 정보 과목을 초중고에 동시 도입하고 오는 2026년 이후 과목을 추가해 적용 학년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26일 AI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격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의결 후 정부로 이송됐다. AI교과서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인한 지방교육재정 악화, 학생 문해력 하락 우려 등이 개정 사유로 거론된다.

각 발행사들은 AI교과서 도입 학교 선정 및 적용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 통과로 인해 개발 과정이 전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2년간 투자한 비용과 인력에 대한 손해가 막대하다는 입장이다.
또 발행사들은 “AI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격하되면, 각 시도 교육청의 입장이나 학교의 예산, 기술적 인프라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진다”면서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만 가질 수 있는 무상 교육의 장점이 사라지고 교육의 질과 기회에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교과서는 무상 교육 대상이나 교육자료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만일 AI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경우 예산이 부족한 지역이나 학교는 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단 설명이다.
AI교과서의 지위 격하는 결론적으론 학생들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각 발행사들은 “AI교과서는 ‘교과서’이기에 엄격한 내용·기술 심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교육 자료로 바뀌면 교육부의 질 관리가 불가해져 품질 저하와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과서는 저작자 동의 없이 저작물을 실을 수 있지만 참고자료로 격하되면 저작료가 많게는 수십 배까지 올라 콘텐츠 비용 부담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공급 단가가 상승하게 된다”라고도 덧붙였다.
7개 발행사들은 향후 헌법 소원을 비롯한 행정 소송, 민사 소송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헌법 소원 근거로 제시된 헌법 조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소급입법에 의해 박탈할 수 없다’고 명시한 제 13조 제2항과 ‘모든 국민은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한 제 31조 제1항이다.
천재교과서 이재상 상무는 “개정안에 대한 정부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에서 재의결이 통과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교육부과 지금처럼 1년 도입 유예, 1년 자율 활용 처분을 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발행사들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민사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AI교과서의 문해력 저하 및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 관해선 발행사들은“AI교과서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고 수준별 맞춤 학습이 이뤄지면 문해력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AI 교과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중’ 단계 수준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교육부 가이드라인 지시가 있어 보안 기준 강화에 힘써왔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개정안이 이송될 경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재의요구권 발동 시 AI교과서의 법적 지위는 국회에서 재논의된다. 올 한해는 전면 의무가 아닌 희망하는 학교만 AI교과서를 도입한다. 교육부는 이번 1학기 AI교과서 도입률은 30~50% 수준이며 2학기는 70~8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