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산업을 거론할 때면 항상 ‘내수용’ 꼬리표가 달렸다. 그러나 최근들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 연구개발(R&D)에서 굵직한 신약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제약사의 성장 전략도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한 신약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제약을 넘어선 사업 다각화 움직임도 나온다. 제약 CEO들도 신년사를 통해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 마련을 주문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는 K-제약의 성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과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플러스',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로제듀오' 등 주요 제품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제일약품의 매출 구조를 보면 전체에서 도입 상품 비중이 70%에 달한다. 상품 원가율은 약 80% 수준으로 자체 생산하는 제품(약 55%) 대비 높다. 원가율이 비교적 낮은 제품 성장으로 경영 안정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2023년 8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3분기 누적 기준 21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제일약품의 적자는 지난해 의료대란 등 외부 환경 요인도 있지만, 상품 매출 비중이 큰 사업구조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전체 매출에서 타 제약사로부터 판권을 획득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2021년 80%에서 지난해 69.8%까지 지속 낮췄지만, 제품의 원가율은 55%대인 반면 상품 원가율이 80% 이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낮은 수익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일약품이 적자에도 신약 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도 제품 매출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연구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티스 상장을 통해 운영자금으로 243억 원으로 확보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
이에 발맞춰 제일약품은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경영효율화 및 비용절감을 통해 기업 안정성을 공고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이 목표로 세운 자큐보의 연 매출은 올해 162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401억 원, 577억 원이다. 연내 위궤양 적응증을 확보하고, 새로운 제형인 구강붕해정 개발을 통해 처방 확대를 노리고 있다.
자큐보의 글로벌 진출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21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파트너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도 초청받아 다수 제약사와 협력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중국 파트너사 리브존 제약에 165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고, 현지에서 임상 3상에 돌입하면서, 1월 중 온코닉을 통해 약 44억 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다.
리피토플러스는 2021년 4월 출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제품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생산실적이 77억 원으로 이미 2023년(66억 원), 2022년(41억 원) 실적을 넘어섰다. 연간 처방액 기준으로 지난해 3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6% 증가하며 국내에서 생산된 동일 계열 복합제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로제듀오는 2023년까지 위수탁으로 생산돼 상품으로 분류됐으나 지난해부터 제품으로 분류돼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제품은 리피토플러스와 로제듀오 2종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자큐보의 영업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목표 매출을 달성하고자 한다. 리피토플러스, 로제듀오 등 주요 제품에서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온코틱테라퓨틱스 상장으로 후속 파이프라인인 항암제 ‘네수파립’ 연구개발에 힘써 제2,3의 자큐보정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