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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냉장고 부품없다며 50만원 환급해 주고 '땡'...감가상각 환급 불만 들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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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냉장고 부품없다며 50만원 환급해 주고 '땡'...감가상각 환급 불만 들끓어
'새 제품 교체 유도' 지적도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5.02.06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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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최 모(여)씨는 삼성전자 건조기가 고장나 AS를 요청했다. 제품을 구매한 지 약 3년째인데 서비스센터는 '부품 품절'을 이유로 감가상각 환불을 안내했다. 2년 전 365만 원에 구매한 건조기의 감가상각 환급액은 40% 이상 줄어든 210만 원이었다. 최 씨는 “보유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 부품이 없어 수리도 못하고 감가상각 환급액도 적어 새로 구매시 추가로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 제주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2022년 구매한 LG전자 식기세척기가 최근 전원 꺼짐 등 이상 현상으로 4차례 수리 받았다. 그러나 동일 문제가 또 발생하자 서비스센터 측은 '감가상각 환불을 해주겠다'고 안내했다. 감가상각 환불액은 기존 구매가 105만 원의 절반 수준인 53만6000원이었다. 이 씨는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구매했는데 감가상각 환불액이 적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 충북 제천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2021년 구매한 위니아 김치냉장고 냉동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AS를 요청했다. 부품을 새로 교체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본사 측은 현재 부품이 없으므로 감가상각 환불을 해주겠다고 전했다. 140만 원 상당 김치냉장고의 감가상각 환급액은 80만 원 수준으로 안내 받았다. 이 씨는 “수리하면 소액만 지불하면 되는데 감가상각액 환불액은 구매가의 절반 밖에 받지 못하니 억울하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고장 난 가전제품의 부품이 없어 감가상각을 적용해 환불 받는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부품을 보유하지 않거나 수리가 불가한 경우 제품 사용 연수에 따라 감가상각해 환급해주고 있는데 이에 따른 환불액이 낮다는 데서 갈등이 빚어진다. 소비자들은 구매한 지 1~3년 된 신제품임에도 부품을 확보하지 않은 제조사에 근본적 책임이 있고, 환급액만으로는 동일 사양의 새 제품 구입시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 2016년 감가상각 책정의 기준이 되는 내용연수를 부품보유기간과 동일하게 확대하는 등 일부 개선했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환급액이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가상각 환급액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르고 있다. 강제성은 없으나 삼성전자, LG전자, 대유위니아 등 업체 대부분이 해당 기준을 준수한다.

감가상각은 유형자산의 취득원가를 일정기간에 걸쳐 나누고 매해 일정 비율로 감산해 산정한다. 중고제품은 사용 기간만큼 상품 가치를 상실해 기존 구매가보다 낮은 가격을 매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냉장고, TV 등 공산품은 감가상각 ‘정액법’을 적용한다. 정액감가상각 금액은 사용연수(월할 계산)에서 내용연수(부품보유기간)를 나눈 뒤 구입가를 곱해 책정한다. 최종 환급액은 최초 구입가에서 감가상각 금액을 제하고 구입가의 10%를 더한다. 

예를 들어 구매가가 200만 원이고 사용한 지 24개월된 세탁기의 감가상각비는 24개월에서 84개월(7년)을 나눈 값에서 200만 원을 곱한 57만 원 가량이다. 따라서 환급액은 구매가에서 감가상각비를 빼고 위약금으로 구입가의 10%를 더한 약 163만 원이 된다. 

제품의 내용연수(부품보유기간)는 품목별로 ▲TV·냉장고 9년 ▲에어컨·시스템에어컨 8년 ▲세탁기 7년 ▲밥솥·가스오븐·캠코더 등 6년 ▲선풍기·카메라·전기장판·난로 5년 ▲컴퓨터·프린터·모니터 4년 ▲핸드폰·스마트폰 4년 ▲전기면도기·전기조리기기·헤어드라이어 3년이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지난 2016년 개정해 기존엔 구분했던 내용연수와 부품보유기간을 동일하게 맞췄다. TV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스마트폰 등의 부품보유연수도 기존보다 1년씩 연장하는 등 일부 개선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감가상각 후 환급액에 더해지는 가산율도 초기엔 5% 수준이었으나 금액에 대한 인플레이션 및 사회적 통념상의 위약금 산정 비율인 10%로 올렸다"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수리비보다 더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에겐 현행 감가상각 기준 역시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구매한 지 3, 4년이 채 안된 제품도 부품이 없단 이유로 감가상각 환급을 받을 경우 소비자는 상품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사실상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제품 부품이 없거나 수리가 불가해 감가상각 환급을 하는 구조는 제품을 더 사용할 수 있었던 소비자에게 무조건적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은 지속 가능 경영 측면에서도 제품을 오래 사용하고 버려지지 않는 게 중요하므로 부품 보유 기간 이내의 부품은 가능하면 확보해 놓는 게 중요하다”면서 “소비자단체에서도 소비자에게 손해가 가지 않도록 피해 사례 추이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부품 보유 기간이나 감가상각에 대한 내용을 꾸준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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