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현장] 필리핀 문화에 제대로 스며든 '진로'..."K-드라마로 소주 접했어요"
상태바
[현장] 필리핀 문화에 제대로 스며든 '진로'..."K-드라마로 소주 접했어요"
  • 송민규 기자 song_mg@csnews.co.kr
  • 승인 2025.05.28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리핀 현지에서 판매되는 증류주는 보통 알코올 도수가 30~40도를 넘어가고 숙취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소주는 편안하고 깔끔하게 느껴집니다. 소주를 깔라만시나 맥주와 섞어으면 맛있어서 1주일에 두 번, 1~2병 정도를 마십니다”

지난 22일 필리핀의 대표 도매형 할인점 체인점 ‘퓨어골드’ 파라냐케점에서 진로 소주를 구입한 사이린 씨의 말이다.

▲필리핀 소비자 사이린 씨가 진로 소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 소비자 사이린 씨가 진로 소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들어 사이린 씨처럼 소주를 마시는 현지인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소주가 칵테일에 사용할 기주(베이스)의 일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통 필리핀에서는 칵테일의 기주로 진이나 럼, 브랜디 등이 사용된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현지인들이 기주를 생각할 때 진로 프레쉬를 떠오르게 될 정도로 브랜드가 머릿속에 각인 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더 많은 현지인들이 하이트진로 제품을 즐기고 다양한 방법으로 음용하게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는 K-문화의 바람을 타고 현지 브랜드의 아성에 균열을 내고 있다. 코로나 시기 엄격한 락다운(봉쇄)으로 인해 야외활동이 위축되면서 K-드라마가 현지에 깊숙하게 침투했다. 드라마에 소주가 노출되면서 현지인들에게 소주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필리핀인들은 소주를 입문하게 된 계기로 작품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K-드라마를 꼽았다. 작중 출연 인물들이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고는 소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공통적인 이야기다.

▲S&R 구매담당자 니코 씨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S&R 구매담당자 니코 씨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S&R 구매담당자 니코 씨는 “필리핀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들의 시청률은 상위권을 차지한다. 전반적으로 한국 콘텐츠 자체가 필리핀 자체 콘텐츠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소주 소비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이에 맞춰 기존 한인 중심의 유통망에서 벗어나 현지 소매·도매 유통을 확대해 필리핀 주류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주류 영업 모델을 바탕으로 필리핀 전역에 전담 영업 인력을 배치해 매장 진열 점검과 프로모션, 직원 교육 등을 통해 밀착형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 매장에 단독 진열 공간을 마련하거나 냉장매대를 확보하기도 했다.

▲ K&L 강정희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 K&L 강정희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현지 거래처인 K&L진로 강정희 대표는 “다양한 경쟁 브랜드가 많지만 진로 소주를 경험해본 현지인들은 다시 진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K&L은 현지 로컬 소비자층 확대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덕분에 소비 주체가 교민 중심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23일 한산한 평일임에도 한국의 대형마트에 해당하는 ‘퓨어골드’와 회원제 창고형 마트인 ‘S&R’ 매대에서 소주를 고르는 현지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지인들은 소주를 다른 주류나 음료 등과 섞어서 소비하고 있었다. 레시피도 소비자마다 모두 달라 흥미를 끌었다.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에서 퓨어골드와 세븐일레븐 채널을 담당하는 MD인 마리 필 레예스 씨는 “퓨어골드와 세븐일레븐에서 꾸준히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현재는 진로 프레쉬가 더 많이 팔리는데, SNS를 통해 요구르트나 맥주를 섞어 마시는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S&R에서 소비자가 진로(JINRO)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 S&R에서 소비자가 진로(JINRO) 제품을 시음하고 있다
지난 23일 S&R을 찾은 제프 디말란타 씨도 탄산음료와 섞어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지난 22일 퓨어골드를 찾은 졸로 씨는 소주 1병에 요구르트 1개를 섞어먹는다며 구체적인 비율도 공개했다. 졸로 씨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섞으면 맛있더라는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졌다”고 설명했다. 사이린씨도 필리핀의 음료인 ‘모구모구’와 섞어 먹거나 현지 맥주인 ‘산미구엘 애플’과 섞어먹는다고 말했다.

가격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현지 소비자들의 말이다. 현지 대형마트에서는 가격이 355㎖ 1병 기준 100페소(2500원)부터 120페소(3000원)까지 형성돼있다.

필리핀 주세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낮은 편인 것도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게 된 요인이 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