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감독범위 확대, 검사기능 부여 등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과 독립성 강화를 주장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의 현 기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방향성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달 28일 "국내 금융 정책 부문은 금융위가, 해외 금융은 기재부가 맡고 있고 금융위가 감독 업무도 하고 있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다"면서 "이를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금융감독체계 개편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17년 째 이어진 금융위-금감원 체계... 금융사고 책임소재 불분명 등 논란
지난 2008년 3월 전까지 국내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정책수립(기획재정부) ▲금융감독심의·의결(금융감독위원회) ▲금융회사 관리·감독(금융감독원) 등 금융관련 부처가 3곳으로 분산되어있었다. 개편 전 금융감독위원회(現 금융위원회)는 심의·의결 기능만 담당하는 사무국 조직에 그쳤다.
그러나 금융관련 부처가 3곳으로 분산되면서 혼란이 이어지자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해외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는 대신 국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금융위원회가 맡고 산하에 독립기구 형태로 금융감독원을 두어 감독 및 검사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만들었다.
당시 개편으로 금융위원회는 단순 사무국에서 벗어나 기획재정부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가져오면서 약 250여 명 규모로 금융정책과 감독을 통할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가 되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 발전을 중시하는 '금융정책'과 금융소비자보호에 방점을 둔 '금융감독'이라는 상충된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모피아 해체'를 주장하는 일부 강성 학자들을 중심으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상위기구로 금융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은 금융감독기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했다.
이들의 우려대로 기형적인 금융감독체계로 인해 대형 금융사고를 막지 못하는 부작용도 초래됐다. 지난 2020년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사모펀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인 사모펀드 투자에 부적합한 고위험투자자들에게 무분별하게 고난도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대규모 손실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7월 사모펀드제도 개편방안을 통해 사모펀드 최소투자한도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5억 원에서 1억 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3억 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면서 부적합 투자자들이 몰리게 되었고 결국 대형 금융사고로 번졌다.
특히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감원도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시킨 특정 자산운용사에 대해 운용사 측 말만 믿고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은 점도 드러나면서 감독부실 책임론이 불거졌다.
금융산업 진흥을 중시한 금융위의 무리한 규제 완화와 피감기관을 부실 감독한 금감원의 실책이 총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책임 추궁과 처벌은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에 대한 기관징계와 대표이사의 중징계만 뒤따랐을 뿐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최근 대규모 금융사고를 보면 알겠지만 현재의 체계는 소비자에 도움이 안 된다. 금융감독기구가 한국은행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별도로 운영되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지금은 각자 서로 책임은 지지 않고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 역대 금융위원장-금감원장 수 차례 불협화음내며 난맥상 노출
기형적 구조로 인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두 수장이 주요 현안에 대해 수 차례 불협화음을 내는 난맥상을 노출하며 시장의 불안을 자초하기도 했다.
'학자 출신' 첫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윤석헌 전 원장이 관료 출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주요 현안에 대해 현격한 시각차를 내며 갈등을 빚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수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와 은행 노동이사제 도입, 키코(KIKO) 재조사, 종합검사 부활, 특별사법경찰 도입, 금감원 예산 등 여러 사안에서 입장이 충돌했다. 결국 금융위가 2년 연속으로 금융감독원 예산을 삭감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체제에서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공매도 재개시점과 관련한 이 원장의 설화(說化)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이 원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직후 공매도 재개 시점에 대해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2024년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면 좋겠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미비하다면 시장이 예측 가능한 재개 시점을 밝히겠다”고 밝혔는데 발언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에서 "해당 발언은 이 원장의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일축하며 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
올해 초 발생한 상법 개정안 논란에서도 이 원장은 직을 걸어서라도 상법 개정은 꼭 필요하다며 부작용 등 우려가 있어도 이를 중심으로 주주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해야한다는 반대 입장으로 응수했다.
이른 바 '힘 있는 금융감독원장'이 등장할 때마다 금융위원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지고 주요 현안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두 기관은 물론 금융시장에도 정책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가 지속 제기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박사도 “금융감독체계를 단봉형으로 한 것은 서로간의 시너지를 발휘하라는 건데 지금은 서로 좋은 방향으로 논의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소비자 보호나 제도 발전에 방해가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개편 방향성이 공약을 통해 나오진 않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쌍봉형' 또는 '소봉형'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나오면서 유력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융위원회의 기능 변화를 수반해야한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 논의와 함께 진행되어야해 실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떤 체계든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 시스템에선 소비자 보호 관련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어떤 식으로 강화할 것인지 기존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영의 효율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