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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승계 현주소②] 한미약품, 오너2세 승계율 85% 마무리 단계...상속세로 모녀·형제 분쟁, 지분율도 30%p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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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승계 현주소②] 한미약품, 오너2세 승계율 85% 마무리 단계...상속세로 모녀·형제 분쟁, 지분율도 30%p '뚝'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5.06.13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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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보수적 경영문화를 지닌 국내 제약업계 경영권 승계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제약기업 회장의 자녀, 손자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거나 계열사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승계 상황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9년 말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 사이 주요 제약기업 지분 승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분석하고, 각 사 승계 이슈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미약품은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2020년 8월 별세한 이후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 체제로 운영 중이다. 오너 2세 임주현 부회장을 후계자로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에는 메리츠증권 부사장을 역임한 김재교 대표가, 핵심 사업 회사 한미약품엔 30년 넘게 재직 중인 박재현 대표가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임 부회장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승계율 합은 85.2%로 2019년 말 대비 62.7%포인트 상승했다. 사실상 지분 승계는 끝났다는 평가다. 승계율은 회장 직계일가의 그룹 상장사 지배지분 가치를 2019년 말과 2025년 3월 말 종가 기준으로 산출했다.

같은 기간 회장과 친인척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같은 기간 30.1%포인트 하락했다. 사모펀드 운용사 등과 지분 거래 계약을 통해 상속세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면서다.

임성기 회장이 생전 보유하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는 송 회장에게 30%,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각 15%씩 상속됐다. 나머지 지분은 공익재단인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에 출연됐다.

약 54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가 송 회장 모녀와 형제로 나눠져 반목하게 되는 불씨가 됐다.

지난해 초 한미약품은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다. 한미약품은 다수 파이프라인 운용을 위해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OCI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던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통합 안에 형제 측이 반기를 들었다. 양측 지분 거래가 끝나게 되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로, 임 부회장이 OCI홀딩스 1대 주주가 되는데 이를 상속세 해결을 위해 경영권을 넘긴 것이라며 반대한 것이다.

이 분쟁은 당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자 창업주 고향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통합에 반대하면서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형제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종료됐다.

이후 형제 측 또한 상속세 문제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송 회장과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이 사업을 운영하고 오너 일가는 지원만 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을 운영한다는 데 합의했다.

신 회장은 모녀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신 회장은 모녀와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출자한 킬링턴파트너스(이하 킬링턴)를 포함해 4자 연합을 구축했다. 모녀는 신 회장 측과 1644억 원, 킬링턴과 872억 원 규모 지분 거래를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이어 형제도 신 회장과 지분 거래를 통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임종윤 사장이 신 회장과 킬링턴에 1265억 원 규모, 임종훈 대표는 올해 2월 킬링턴과 672억 원 규모 지분 거래를 진행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오너 일가가 36.3%를 보유했고, 신 회장과 한양정밀 지분이 23.4%, 킬링턴 지분 9.53%로 구성됐다. 2019년 말 오너 일가 지분 66.4%에 비하면 30.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모녀 측과 신 회장, 킬링턴은 지분 거래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 및 의결권 공동행사, 우선매수권, 동반매각참여권 등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

우선매수권은 지분을 매도할 때 계약 당사자가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동반매각참여권은 지배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도 동일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현재 한미그룹 경영진은 창업주의 신약개발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미약품을 중심으로 비만·대사, 항암, 희귀질환을 파이프라인 육성 핵심 분야로 삼았다. 항체-약물 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치료제,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등 신규 모달리티를 발굴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올해 첫 사내 메시지를 통해 “좋은 의약품을 우리 기술로 만들고자 했던 창업주 뜻을 이어 ‘글로벌 빅파마로의 도약’을 위해 매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한미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창조와 도전, 혁신’의 가치를 모두의 마음속에 각인하고 한미의 방향을 이해관계자분들에게 제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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