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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뻥튀기②] 금융당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반복...'파두사태' 재발 방지 위한 근본적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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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뻥튀기②] 금융당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반복...'파두사태' 재발 방지 위한 근본적 대책 필요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5.07.2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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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기관투자가, 주관증권사의 이익을 위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현상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IPO제도 개선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그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따른다. 공모주 뻥튀기의 실정과 구조적 원인을 살피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를 시리즈로 살피고자 한다.[편집자주]

공모가 부풀리기는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과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려고 수요예측 때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관투자자, 상장 주관 수수료를 더 챙기려는 증권사의 욕심이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공모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뒷북 논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3년새에 시장에서 문제가 터지면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고, 그럼에도 다시 사고가 터지면 또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 반복됐다.

◆ 건전성 제고방안 발표했지만 오히려 시장가격 왜곡 등 부작용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정에서 극심한 공모가 부풀리기가 문제가 되자 서둘러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을 마련해 2023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수요예측 내실화를 위해 수요예측 기간을 연장하고 허수성 청약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납입능력을 확인 후 공모주를 배정하도록 했다. 또한 공모주의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해 상장 당일 가격 변동폭을 400%까지 확대하는 안도 내놓았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순자본금 5억 원, 순자산 1억 원에 불과한 기관투자자가 9조5000억 원 수요를 제출하는 등 허수성 청약과 과당경쟁이 심해짐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공모주 IPO 과정 건전성 제고 방안 주요 내용
▲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공모주 IPO 과정 건전성 제고 방안 주요 내용

우선 허수성 청약의 경우 주금납입능력 확인, 의무보호확약 우선배정 등이 본격 시행된 2023년 7월 이후 수요예측 경쟁률이 1180대 1에서 582대 1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2022년 22.7%에서 2023년 26.4%로 3.7%포인트 상승하며 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를 중심으로 수요 예측 내실화와 허수성 청약방지 등 주관사 차원의 제도 개선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허수성 청약 방지나 적정 공모가 산정 등의 대책은 적정 공모가 산정에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수요예측 기간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고 오히려 주관사의 업무 부담만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모주 주가급등락 문제 역시 오히려 높은 공모가 대비 상장일 시초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가격 변동성이 커져 제도 개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지난해 8월 신재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가 한국경영교육학회에 발표한 ‘IPO 건전성 제고방안 시행 이후 공모주 주가행태’에 따르면 제고방안 시행 후 상장일 시초가가 유의미하게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제도변경 이후 상장일 시초가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평균 210%를 기록해 시행 전 148% 대비 62%포인트 상승했고 상장일 종가 수익률도 같은 기간 155%에서 184%로 29%포인트 올랐다. 

신 교수는 논문을 통해 "가격변동폭 확대로 인해 공모시장에서 적정한 가격의 발견이 지연돼 주가변동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예측기간의 연장은 기관들로 하여금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내도록 유도해 공모가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사전수요예측 기간 연장으로 기관투자자의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유도했으나 시장가격 왜곡이 계속됐다"며 "공모주 주가 급등락을 막기 위해 의무보유 물량도 확대했으나 기관투자자가 단기차익 실현을 추구하는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위의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공모주 부풀리기는 지속됐다. 제도개선 2년차인 지난해 증권사 공모주 대표주관 84건 중 3분의 2에 달하는 56건이 상장 1개월 후 공모가를 밑도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상장 대표주관이 15건으로 가장 많았던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과 NH투자증권(대표 윤벙운)은 각각 10건과 9건이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대신증권(대표 오익근)은 상장 대표주관 7건 모두 상장 한 달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신규 상장종목이 상장 첫날부터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자 공모주 과대평가 논란도 제기됐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했던 뱅크웨어글로벌은 2022년과 2023년 연달아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2026년 예상 순이익을 153억 원으로 제시하며 고평가 논란이 일자 실제 공모가는 희망 밴드의 하단인 1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 주가는 하락세로 이어졌고 18일 종가 기준 주가는 공모가의 54% 수준인 8640원에 머물고 있다. 

나승주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신규 상장 기업들이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오게 되면 결국 IPO 기업들에 대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당시 개선방안이 지엽적이고 미봉책에 그쳤다는 점이다. 당시 공모가 산정 등 IPO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관사에 대한 대책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명 '파두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는 지난 2023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연간 예상 매출액을 1203억 원으로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상 기업가치를 1조5000억 원으로 평가 받았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 당시에도 희망 공모가 밴드(2만6000원~3만1000원) 중 최상단인 3만1000원에 공모가가 확정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파두는 그 해 11월 초 3분기 매출액이 불과 3억 원에 불과했다고 공시하면서 이후 3영업일 만에 주가가 45%나 급락했다. 18일 종가 기준 파두의 주가는 1만2180원으로 공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에 따르면 파두는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출 급감, 납품 취소와 같은 리스크 요인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IPO 과정에서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상장 대표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파두 상장예비심사시 기재한 예상 매출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고 이를 근거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파두와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이후 특사경은 파두와 NH투자증권 관계자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 IPO 주관사 책임 강화하면서 뻥튀기 공모가 일부 사라져... 증시호황 덕분 의견도

파두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이라는 대대적인 개선안을 다시 발표했다. 

당시 금감원이 내놓은 개선방안 자료를 살펴보면 직전년도에 발생했던 '파두 사태'에서 드러난 공모가 설정 등 IPO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상장 주관사에 대한 법적, 제도적 책임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금감원은 주관사의 신뢰 회복을 위해 ▲주관사 독립성 제고를 위한 수수료 구조 개선 ▲기업실사시 준수사항 규정화 및 법적책임 강화 ▲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기준 마련 의무화 ▲IPO 주관업무 관련 내부통제기준 강화 등을 제시했다. 주요 대책 4가지 중 3가지가 주관사의 책임 강화 방안이었다. 
 

▲ 지난 2024년 5월에 발표된 'IPO 주관사 신뢰회복 방안'. 파두사태 당시 공모가 산정 관련 주관사의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이었다.
▲ 지난 2024년 5월에 발표된 'IPO 주관사 신뢰회복 방안'. 파두사태 당시 공모가 산정 관련 주관사의 책임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공모가 뻥튀기'의 이유 중 하나로 주관사가 발행사의 눈치를 보고 공정한 주관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발행사가 갖는 수수료 구조를 개선해 독립적인 주관사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강조했다. 

또한 주관사 역시 기업 실사를 할 때 형식적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실사 항목을 규정화하고 자체적으로 공모가 산정 내부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는 한편 관련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올 들어서도 금융당국은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사전 및 사후 회계감리를 강화해 부정적인 수단으로 IPO를 실시하지 않도록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도 지난 2월 회계법인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장 예정인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매출급감 사실을 숨기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려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며 "상장예정기업에 대한 사전 심사, 감리를 확대하고 상장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영업실적이 급감한 기업에 대해선 사후 심사 및 감리를 실시하겠다"고 금융당국의 의지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올 들어 '공모주 뻥튀기' 현상은 눈에 띄게 줄면서 제도 개선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사 상장 대표주관 41건 중 14건이 상장 한 달 뒤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비중으로는 지난해 66.7%에서 올해 상반기 34.1%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우선 금융당국의 IPO 관련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제도 변경에 맞춰 기관투자자들도 수요예측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공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IR전문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사 38곳 중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한 기업이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신규 상장사 29곳 중 27곳이 상단을 초과한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공모가 산정시 주관사들이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신고서에서 매출, 손익추정 등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IPO 제도 개편이 발행사의 공모가를 낮추는 효과는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올해 공모주 수익률 개선에 제도 개선이 가져온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분기 들어 국내 증시가 상승장으로 전환하면서 상장종목의 주가도 함께 오르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3188.07포인트를 기록하며 작년 말 2399.49포인트 대비 788.58포인트나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기간 678.19포인트에서 820.67포인트로 142.48포인트 올랐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수익률은 공모가 형성, 상장 종목의 주가 흐름 이상으로 전반적인 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국내 증시가 좋은 흐름을 보임에 따라 공모주도 함께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의 공모주 제도개선은 계속 진행 중이고 보완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 스스로도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의 추진 상황을 모니터한 뒤 올해초에 보완대책을 추가로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월 금융당국은 IPO 시장이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에서 기업가치 기반 투자로 바뀌어 합리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IPO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상장 주관사에게는 수수료 수익 극대화를 위해 IPO 흥행에만 힘쓰지 않도록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사전수요 예측제도 도입 ▲공모주 내부배정 기준 확대 ▲주관사 사전취득 의무보유 등을 제시했다. 

상장 주관사 뿐만 아니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도 의무보유 확약 비중을 늘려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기관투자자의 단기매도를 차단하고 수요예측 기관투자자 자격 허들을 높여 공모주 가격 선정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가치 판단이 이뤄지도록 보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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