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창업3세인 허정수(75) GS네오텍 회장은 그룹 경영에서는 열외돼 있지만 그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는 1393억 원에 달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보유한 (주)GS와 GS건설 지분가치보다 100억 원가량 많다.
허정수 회장은 (주)GS 지분을 0.1%만 보유하고 있지만 GS네오텍 99.05%, GS건설 1.51% 등을 갖고 있다. 허정수 회장의 보유지분 평가액 가운데 75%는 GS네오텍 주식이 차지한다. 또 허 회장은 지난 5년간 226억 원을 배당받았는데 이 가운데 70%에 달하는 160억 원을 GS네오텍에서 받았다.
허정수 회장은 GS그룹내에서 별 다른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와 무관하게 GS네오텍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허정수 회장은 고(故) 허만정 창업주의 손자이자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동생이고, 현재 GS그룹 총수인 허태수 회장에게는 형이다.
형제들이 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과 달리, 허정수 회장은 그룹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고 개인회사만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GS네오텍은 허 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했고, 두 아들인 허철홍(46) GS글로벌 부사장과 허두홍(43)씨가 각각 0.48%씩을 지녔다.

허정수 회장은 GS네오텍 지분을 거의 100% 가까이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회에서 직책을 맡고 있지는 않다. 등기임원 5인 중 장남인 허철홍 부사장만 감사를 맡고 있을 뿐, 다른 가족들도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GS家 창업 3세 중 막내로 GS에너지 대표를 맡고 있는 허용수 사장 일가가 개인기업인 승산의 등기임원 자리 5개 중 4개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허정수 회장은 지금까지 GS그룹 내 어떤 핵심 계열사에서도 공식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그의 형인 허창수 회장은 2005년 GS그룹 출범과 함께 초대 회장을 지냈고 GS건설, FC서울, 남촌재단, 그룹 등에서 회장 및 이사장 직위를 두루 맡았다. 동생인 허태수 회장은 GS홈쇼핑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대표를 거쳐 현재는 그룹 총수를 맡고 있다.
반면 허정수 회장은 그룹 내에서 GS네오텍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경영 기반을 구축해 그룹 지배구조에 깊이 관여하기보다는 독립적 소유와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언론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1950년생인 허정수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LG그룹의 전신인 금성사(현 LG전자)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1995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LG기공(현 GS네오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부사장과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회사를 직접 경영했고 1999년 5월에는 LG그룹에서 독립했다. 당시 허 회장은 그룹 내부가 아닌 독자적인 경영 노선을 걷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05년 LG그룹에서 GS그룹이 계열분리 되면서 GS그룹으로 편입됐고 사명도 LG기공에서 GS네오텍으로 바꿨다.
허 회장은 그룹 편입 후에도 형제경영을 펼치고 있는 그룹에서 에너지·건설·유통 등 핵심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 허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그룹 지주사 (주)GS 지분율은 0.1%에 불과하다.
GS네오텍 역시 (주)GS 보유 지분율이 0.08%로 많지 않다.
허정수 회장 본인은 GS그룹 경영에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장남인 허철홍 GS글로벌 부사장은 '홍(烘)'자 돌림인 창업 4세의 후계구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 부사장은 4세들 중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에 이어 다섯 번째로 GS그룹 계열사의 임원이 됐다. (주)GS지분도 1.37% 보유하고 있다.
현재 GS글로벌에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주요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이노폴리텍, 상지해운, GS바이오, GS에코메탈 등 자회사 4곳의 비상무이사로도 등재돼 있다. 신사업과 기존 사업에 모두 발을 걸치고 후계 수업 중인 모습이다. 2017년부터 GS네오텍 감사도 맡고 있다.
허 부사장 동생인 허두홍 씨는 현재까지 GS그룹은 물론 GS네오텍에서도 공식 직책이나 활동 이력이 없는 상태다.
후계 경쟁자들이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와중에도 허 부사장의 지분율은 변동이 없다. 실제로 GS 오너 4세들 가운데 허준홍 대표는 최근 1년여 사이 지분율이 3.22%에서 3.44% 허서홍 대표 역시 2.12%에서 2.15%로 높아졌다.
◆GS네오텍, 내부거래 중단 후 ICT 포트폴리오로 매출 두 배 이상 늘어
GS네오텍은 정보통신 공사를 중심으로 전기·토목·설비·기자재 등 건설 기반 부대사업을 주력으로 삼아 성장해왔다.
과거에는 GS건설과 GS칼텍스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받으며 외형을 키웠다. 2012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65%에 달했다. 당시 매출은 6047억 원이었는데 그 가운데 3922억 원이 내부거래 매출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이후 내부거래 비중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부터 반토막 수준으로 줄더니 2017년에는 3.5%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GS네오텍의 내부거래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내부거래 매출은 179억 원이다.
내부거래를 제외하면 2012년 2000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약 48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ICT 기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MSP), CDN, AI 컨택센터 등 디지털 전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영역으로 집중하는 등 사업 체질개선 작업이 성과를 낸 모습이다.
최근 GS네오텍은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사업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AI 기반 클라우드 운영 자동화 서비스’를 강화하며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는 기업 내부 데이터를 활용한 AI 학습부터 서비스형 AI(AIaaS) 구축, 챗봇 개발, 컨택센터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실사용 중심의 기능들을 클라우드 인프라와 연계해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사의 생성형 AI 모델 도입·운영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지원하는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구축했다.
또한 AI 기반 고객 감정 분석 시스템, 자동화 상담 솔루션 등도 함께 제공하며 AI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S네오텍의 재무구조는 우량하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53.7%에 그치고 대금지급 여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170.6%로 우량하다고 평가되는 150% 이상이다.

◆허정수 회장 일가 5년간 배당금 450억 원 달해...4세들 배당으로만 GS네오텍 승계 충분해
허정수 회장 일가는 GS그룹 주류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GS네오텍을 통한 배당액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GS네오텍은 최근 5년간 159억 원 순이익 적자를 낸 2024년도를 제외하면 매년 15억~70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2020년과 2021년은 적자배당을 했고, 2022년과 2023년은 배당성향이 80% 이상으로 높다.
GS네오텍의 배당액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허정수 회장의 몫이다. 허 회장이 5년간 GS네오텍에서 받은 배당금은 160억 원가량이다. 배당액만 놓고보면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태수 회장과 비교해도 크게 빠지지 않는다. GS네오텍에서 받는 보수는 비공개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GS로부터 2024년도 배당으로 110억 원, 허태수 회장은 49억2308만 원을 받았다. 허준구 일가 3세 중 허진수 GS칼텍스재단이사장은 31억8319만 원, 허명수 전 GS건설 대표는 32억7673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GS네오텍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잡손실이 274억 원으로 전년 12억 원 대비 크게 늘면서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GS네오텍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GS네오텍은 2020년과 2021년에도 순이익 적자를 각각 86억 원, 59억 원 냈다. 2024년과 마찬가지로 잡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통상 잡손실은 영업비용으로 쓸 수 없거나 발생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사용하는 회계 처리 계정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활동과 관련 없이 잡다한 비용이 최근 5년간 300억 원이나 발생한 셈이다. 개인기업답게 경영 투명성에 대한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장면이다.


허철홍 부사장은 (주)GS, GS건설 배당금 등으로 연간 35억 원가량을 받는다. 허두홍 씨 역시 (주)GS 지분 0.67%를 보유해 매년 10억 원 이상을 배당받는다.
최근 5년간 두 형제가 GS그룹 계열사를 통해 받은 누적 배당금은 226억 원에 달한다. 허 부사장이 168억 원, 허두홍 씨가 58억 원이다.

GS네오텍의 최대주주인 허 회장이 보유한 지분 396만2000주를 허철홍 부사장과 허두홍 씨가 동일하게 나눠 받는다고 봤을 때 두 사람은 각각 250억 원의 세금을 준비해야 한다.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산정한 GS네오텍의 1주당 가치는 약 2만6532원으로으로 허 회장 지분 가치는 약 1051억 원에 이른다.
허 부사장 입장에서는 (주)GS에서 받은 배당금으로 GS네오텍을 승계하고, 추후 두 회사에서 이뤄지는 배당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 4세 후계 경쟁에서 입지를 키우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현재 허정수 회장 일가의 자녀세대 자산 승계율은 43%다. 허철홍 부사장이 29.8%, 허두홍씨가 13.2%다.
한편 허철홍 부사장은 (주)GS 지분 1.37%를 어떻게 보유하게 됐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다만 2006년 허정수 회장의 장내매도로 (주)GS 지분율은 2.78%에서 0.11%로 낮아진 반면 허 부사장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1.37%로 높아진 것으로 봐서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 허두홍 씨의 지분은 변화가 없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