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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뻥튀기③] 금융당국 IPO개선책에 '개인투자자'는 배제...코너스톤·집단소송 도입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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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뻥튀기③] 금융당국 IPO개선책에 '개인투자자'는 배제...코너스톤·집단소송 도입도 검토해야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5.07.28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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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기관투자가, 주관증권사의 이익을 위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현상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IPO제도 개선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그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따른다. 공모주 뻥튀기의 실정과 구조적 원인을 살피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를 시리즈로 살피고자 한다.[편집자주]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부터 3차례에 걸쳐 '공모가 왜곡'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꺼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모가 고평가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한 종목 38개사 중에서 29개사는 최종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가격으로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전 종목이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확정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에서 공모가가 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으로 ▲IPO 집단소송제도 활성화 ▲개인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등을 꼽고 있다. 

이 중 IPO 집단소송제도 활성화와 개인투자자 수요예측 참여는 공모주 시장의 또 다른 플레이어인 개인투자자의 권리강화에 대한 내용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제시한 개선안은 주로 기관투자자와 상장 주관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현실적인 공모가 산정을 위해 수요예측 단계부터 주관사가 안정적으로 공모주 수요처를 확보해 과도한 공모가 부풀리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로 주관사들이 제시하는 대안이다. 

공모주 주가 급락하면 집단소송·개인투자자 공모가 산정 참여 등 대안 필요

국내 IPO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증거금은 355조 원으로 직전년도 295조 원 대비 60조 원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 2021년 784조 원에 달했던 연간 청약증거금은 이후 2년 연속 급감했지만 지난해 반등에 성공하면서 공모주 투자는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적용되는 특성상 공모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산정돼 상장 첫 날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그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관투자자 대비 정보 열위에 놓인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집단소송제도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2005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되면서 원칙적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이 IPO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소송비용 부담이 심한데다 소송허가절차부터 본안소송까지 '6심제'로 이뤄져 판결까지 오랜시간이 걸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IPO 관련 소송으로 지난해 '파두사태' 관련 집단소송 1건이 유일하다. 지난해 법무법인 한누리가 파두의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수 십억 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관련 절차들이 진행 중이다. 

IPO 관련 집단소송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개인투자자에게 공모주 배정 의무가 없고 배정방식과 청약경쟁률 등의 공개 의무도 없지만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할 경우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에 허위 내용이 있을 경우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보험 컨설팅사 우드러프 소이어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3년 간 미국 증시에 상장 직후 1년 안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집단 증권 소송을 당한 신규 상장사는 83개사에 달할 정도다. 

페이스북의 경우 지난 2012년 5월 공모가 38달러에 상장됐지만 그 해 9월 주가가 17.55달러까지 폭락하자 투자자들이 공모가 산정에 문제를 제기해 페이스북과 상장 주관사에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약 3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적정 수준의 공모가가 산정되도록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공모가 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수요예측 제도에서는 주관사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결정한 뒤 개인투자자로부터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청약률이 공모주 상장 후 주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공모가 결정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어 한국보다 투자자 참여의 허용 범위가 더 넓다. 홍콩과 대만에서도 기관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거친 뒤에 공모가를 결정하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개인투자자들의 집합적인 정보 역시 가격 산정 과정에서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가 공모주 가격 결정에서 배제돼 있다"며 "개인투자자도 수요예측에 참여하면 주관사가 가격 결정을 위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아져 최적의 공모가를 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기관들을 대상으로 개인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도입 가능성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러나 IPO가 아닌 공모회사채 수요예측과 관련된 조사였으나 기관투자자들은 나쁜 채권을 선별할 능력의 부족을 이유로 전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투자자의 투기적 공모주 매매로 시장 왜곡이 심한데 수요예측에도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경우 가격 산정 단계부터 혼란이 심해질 수 있다"며 "수요예측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로 공모가를 떨어뜨린 뒤 상장 당일 저가에 공모주를 매수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정 공모가 산정·IPO 흥행 가능한 '코너스톤 제도'도 꾸준히 거론

적정한 공모가 산출 대안으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도 꾸준히 거론되는 제도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일정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특정 기관투자자에 대한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것으로 주관사가 공모가 범위를 정하기 전부터 코너스톤 투자자를 만나 보다 직접적으로 시장 내 투자 수요를 확인해 적정 공모가를 산출할 수 있게 한다.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8년 한국거래소가 정식 도입을 제안한 뒤 지난 2023년 4월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표 발의됐지만 도입은 난망한 상황이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주관사인 증권사들도 공모주 고평가 논란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주관사 입장에서도 안정된 기관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적정 공모가 산정과 IPO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도입되면 공모주 물량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앵커 투자자들이 공모주 신고서에 가격까지 기재하게 돼 공모가 뻥튀기 논란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모가 산정 과정이 투명해짐에 따라 단타 수요도 한층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 간 정보 격차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공모 제도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초대형 기관투자자 위주로 코너스톤 투자자가 형성될 경우 중소형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소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교직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장종목의 대주주, 국내 기관투자자에는 6개월의 의무보호예수가 적용되는데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역할을 살리려면 보호예수 기간을 이보다 더 길게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코너스톤 투자자로 나설 기관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법안은 4월경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후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무위 소속 의원실에 법안을 설명하는 등 입법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즈 끝>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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