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은 이 대표 체제에서 주가가 반토막 났다. 2년 반 동안 눈에 띄는 반등세 없이 꾸준히 하락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2024년 5월 20만 원대 최고가를 찍었지만 현재는 김 대표 취임 전 수준을 유지 중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이후에도 주가가 10.3% 빠지면서 이 대표가 체면을 구겼다.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아모레퍼시픽은 주가가 10%가량 오르며 반등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26일 종가 기준 주가는 30만2000원으로 이 대표 선임 전 55만9000원 대비 46%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성장 전략, 배당성향 상향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도 주가 방향이 엇갈린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0% 올랐으나 LG생활건강은 7.7% 떨어졌다.

선임 당시 팬데믹으로 내수는 물론 중국에서도 화장품 시장이 위축되면서 양사 모두 신시장 개척이 필요했다. 두 CEO는 모두 미국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판매망 변화를 반등 전략으로 삼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구권 시장 공략을 강화해 글로벌 리밸런싱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김승환 대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성장 전략 및 성과를 발표하는 ‘인베스터 데이’에서 서구권을 중심으로 해외 성장을 통해 글로벌 리밸런싱을 성취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라네즈, 이니스프리, 설화수 등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올해 한율과 에스트라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하며 힘을 실었다. 지난해 북미지역 매출은 5256억 원, 전년 대비 76.6%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해당 지역 매출 30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회사는 미국, 유럽 등 리밸런싱 주요 시장 공략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중국 시장의 구조적 정상화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선도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성 확보에 집중하면서 차세대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라네즈 성장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고 이니스프리, 에스트라, 한율의 채널 확장으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정애 대표는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올해 중점 사업 전략을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미주 시장에서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을 보강하고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겠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채널에서 저변 확대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올 상반기 북미 매출은 29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다만 국내 매출이 2조2434억 원으로 8% 감소하면서 실적 악화를 막지 못했다. 화장품 사업부 매출이 6046억 원으로 19.4% 감소했고 163억 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2004년 이후 약 21년 만의 적자다.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LG생활건강의 중국 지역 매출은 올 상반기 3416억 원으로 1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이 2001억 원으로 3.1%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적이 부진했고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 사업은 온라인 경쟁 심화와 프로모션 비용 확대로 적자 전환했다. 북미·일본 등 해외 시장의 실질적인 성과 가시화 이전까지는 (투자에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LG생활건강의 노후화된 브랜드에 대한 해법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 주가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8월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15곳 중 9곳이 현재 주가보다 낮은 금액을 목표가로 제시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후 성장에 필요한 사항을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화장품 사업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로 브랜드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각도로 M&A를 검토하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해 과감히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