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조기술에 미국의 혁신 역량을 결합해 AI, 반도체 산업은 물론 조선, 원자력까지 '제조업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조선 분야 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은 지난 25일 오후 미국 워싱턴 D.C. 윌러드 호텔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개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개최된 이번 회의에는 양국 대표 경제인과 정부 인사 등 약 50명이 참석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한국 측 주관 단체인 류진 한경협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자리했다.
미국 측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와 대체투자 운영사인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회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의 게리 딕커슨 대표 등 글로벌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 21명이 함께했다.
이날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와 반도체 및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용 반도체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한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이 회장은 2030년까지 370억 달러(한화 약 51조3597억 원)를 투자하는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설을 비롯해 추가 설비 투자와 현지 반도체 생태계 구축, 삼성중공업의 대미 조선 투자 계획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배터리와 반도체 관련 추가 협력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한화 약 5조3719억 원)를 투자해 차세대 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한화 약 36조 원) 규모를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발표한 2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한화 약 6조9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고품질의 강판을 생산해 자동차 등 미국 핵심 전략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70만대였던 미국 완성차 생산능력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 등 다양한 차종 라인업을 선보인다.
부품 및 물류 그룹사들도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하는 등 완성차-부품사간 공급망을 강화한다.
구광모 회장은 배터리, 가전 등 주력 사업과 관련한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라운드테이블 직후에는 한미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계약 및 양해각서(MOU) 체결 행사가 개최됐다. 행사에서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광물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MOU가 체결됐다.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 한국산업은행과 서버러스 캐피탈이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투자 프로그램은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투자 분야는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 등이다.
HD현대는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참여해 투자 프로그램의 성공적 운용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특히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쟁력,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은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조선소 현대화와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MOU를 맺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X-energy,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와 시장확대 협력에 관한 4자간 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4개사는 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시장 확대 등에 협력한다.
특히 AWS가 약 7억 달러를 투자한 5GW 규모 SMR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이는 엑스-에너지의 80MW급 SMR 64기에 해당하며 2039년까지 AWS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같은 날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인 페르미 아메리카와 미국 텍사스 주에 추진중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MOU를 맺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대형 원전 4기(총 4GW), SMR, 가스복합발전, 태양광, 대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등을 결합해 최대 11GW 규모 독립 전력 인프라와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한수원, 삼성물산도 이날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건설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은 미국의 핵연료 및 서비스 공급사인 센트루스와 우라늄 농축 투자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및 농축우라늄 공급물량 확대 계약을 체결했다.
한수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센트루스의 농축설비 구축에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3사는 미국 내 착공 예정인 신규 원심분리기 공장에 대한 국내 공동 투자를 추진하고, 농축 사업 협력 확대를 위한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한수원과 미국 우라늄 농축 공급사인 센트러스는 한수원이 센트러스의 우라늄 농축설비 구축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항공 분야에서는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362억 달러 규모)를 신규 도입하고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엔진 구매,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총 137억 달러 규모)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LNG 분야에서 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트라피구라 등과 2028년부터 약 10년 동안 미국산 LNG를 주요 기반으로 하는 연 330만 톤 규모의 중장기 LNG 도입을 계약했다.
핵심광물과 관련해 고려아연은 글로벌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산업부는 "이번 체결식은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의 범위와 깊이를 확대함으로써 양국 간 파트너십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