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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에도 뒤처진 증권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미래에셋증권만 겨우 체면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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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에도 뒤처진 증권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미래에셋증권만 겨우 체면치레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5.09.01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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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에서 대형 증권사가 지방은행에도 밀리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가 대형 시중은행보다 적립금을 많이 쌓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유독 디폴트옵션 시장에서는 고전하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직접투자 선호도가 높은 증권사 고객 특성상 디폴트옵션 선호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고객 유치전을 이어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적격한 금융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퇴직연금을 방치하거나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아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3년 7월 도입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 상위 10개사 중에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의 누적 적립금은 82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3502억 원 대비 2배 이상 늘었지만 8위에 머물고 있다. 

자산규모 기준 6대 은행에 모두 밀렸고 지방은행인 광주은행(행장 고병일)과 부산은행(행장 방성빈)보다 2500억 원 가량 더 많은 정도다.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대형 증권사들은 지방은행보다 적립금이 적은 셈이다. 
 


그렇다보니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증권사의 존재감은 약하다. 6월 말 전체 디폴트옵션 적립금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7% 정도로 은행(84.6%)은 물론 보험업권(5%)보다도 점유율이 낮다. 

가입자의 디폴트옵션 활용 빈도 역시 은행에 비해 낮았다. 증권사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112조6121억 원) 중 디폴트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로 은행(17.2%)은 물론 보험사(2.5%)보다도 낮았다.

증권사 고객 사이에서 디폴트옵션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는 데는 직접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투자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퇴직연금 투자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현금화에 시간이 걸리는 디폴트옵션의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ETF 실시간 거래가 안 되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매매가 자유로워 ETF 투자가 활발하다"며 "반면 디폴트옵션은 상품 매도 후 현금화까지 3~4일이 걸리다 보니 이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고전하고 있는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품별 포트폴리오 정비와 보수 인하, 대고객 마케팅을 지속하며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 디폴트옵션 수익률은 은행, 보험 등 타업권 대비 높은 편이다. 6월 말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보인 14개 증권사의 1년 평균 수익률은 5.86%로 은행(5.44%), 보험사(5.69%)에 비해 높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에 맞게 100% 원리금 보장상품으로만 구성된 펀드나 포트폴리오는 적격상품 승인에서 배제하고 위험등급별로 오직 1개의 사업자 대표상품만 제시하는 등 선택지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상품 구성 과정에서 우수한 포트폴리오와 성과를 거둔 운용사를 고르고 보수도 낮춰 수익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며 "초저위험 상품 위주로 몰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디폴트옵션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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