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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원 시대㊤]기울어진 운동장서 소비자 편들어줄 독립기구 절실...이재명 정부 결단으로 16년 만에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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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원 시대㊤]기울어진 운동장서 소비자 편들어줄 독립기구 절실...이재명 정부 결단으로 16년 만에 성사
최초 도입 논의 16년 만에 결실... 내년 초 출범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5.09.0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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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에서 수 차례 시도됐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마침내 공식 추진된다.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금융감독체계 작업이 금융사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를 분리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검사권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출범을 앞두게 됐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의 이유와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현재의 금융감독원은 지난 1999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의 감독기관을 통합해 설립됐다.

금융회사의 재무적 안정성을 살피는 '건전성 감독'과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 등을 막는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핵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게 된 것이다. 설립 초기에는 한 기관이 금융회사의 내부 사정과 영업 행태를 모두 파악함으로써 감독의 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치거나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감원에서 해당 업무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 2009년부터 시작된 '금소원' 설립 논의... 16년이나 흘러서 완성돼

금소원 설립 논의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보호 권익 강화 차원에서 2009년 김영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후 2011년 1월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금소원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당시 부동산PF 대출 관련 동일인 여신한도를 폐지하면서 저축은행이 경쟁적으로 대출 경쟁에 나섰다. 그해 1월 삼화저축은행 부실기관으로 지정됐고 피해자만 1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기관 난립 우려와 예산·인력 문제로 이듬해 독립적인 금소원이 아닌 금융감독원 내 하부 조직이라는 기형적 구조로 2012년 5월 금융소비자보호처(이하 금소처)가 신설된다. 

하지만 그해 10월 부실 회사채 판매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면서 금소원 설립 논의는 다시 재개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금소원 분리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금소원 설립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실제 2013년 6월 금융위가 금감원 내부에 소비자보호처를 강화하는 안을 보고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독립기구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지만 금소원 독립 관련 법안 9건이 회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기구로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개의 기구로 신설하여 건전성 감독은 금감위/금감원이 맡고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금소원이 전담하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금융위 산하 금감원-금소원' 체제, 야당은 '금융위 해체 후 독립적인 금소위 산하 금소원' 체제를 주장하면서 좀처럼 논의는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에도 2019년과 2020년 DLF,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독립 금소원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참여연대는 2020년 ‘라임 사태, 근본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란 제목의 논평을 내며 ‘재발을 막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독립적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 설립 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감독 범위 확대와 검사 기능 부여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 기구의 기능과 독립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서 금소원의 독립이 이뤄지게 되었다.

◆ '소비자보호' 보다는 '건전성 감독'에 집중한 금감원, 금소원 설립 명분돼

금소원 설립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은 기존 금융감독체계가 구조적으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라는 상충된 업무를 금감원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보호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또 금융상품이 갈수록 고도화하면서 불완전판매 사고가 반복됨에 따라 소비자보호 조직의 확대와 권한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의 핵심 엘리트 인력과 자원은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건전성 감독에 집중됐고 소비자 보호는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업무로 취급받았다.

현재 금감원 조직구조를 살펴보면 전체 65개 부서 중에 금융소비자보호처 소관 부서는 12개에 불과하며 그 비중은 18.5%에 그친다. 금소처 소관 부서 12개 중에서도 4개 부서가 민원과 분쟁조정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기존 검사부서에서도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보호 관련 검사 업무를 담당하지만 금소처는 주로 민원인을 직접적으로 상대해야하는 민원·분쟁처리 업무 특성상 내부 직원들의 선호 부서로도 거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금융시장은 성장했지만 소비자보호는 등한시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낳은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육성 차원에서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과거에는 사모펀드를 운용하려면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인가제'였지만 2015년부터 서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는 '등록제'로 변경했다. 사모펀드 투자 하한액도 기존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그 결과 사모펀드 규제완화 전이었던 2015년 160여개였던 국내 사모펀드 전용 운용사는 4년이 지난 2019년 기준 300여 개로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운용자산도 같은 기간 200조 원에서 400조 원으로 2배 늘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제대로 된 운용 능력이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없는 부실 운용사들이 난립하게 됐다. 사모펀드 사태를 촉발시킨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모두 이 시기에 등장한 운용사들이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지난 2017년 운용자산이 1조 원에서 2년 만에 5조 원으로 5배나 급성장하며 국내 사모펀드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비정상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당시 이상징후가 포착됐지만 금감원은 성장세로만 평가하고 관리에 소홀히 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라임자산운용이 선보인 상품의 환매 불능 가능성과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한 위험신호 조차 금감원이 제시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금융사고로 번졌다. 

결과적으로 건전성 감독에 치중된 현행 금융감독체계에서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가 금소원 설립의 촉매제가 되었다는 결론이다.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많은 국가에서 건전성 규제와 영업행위 규제를 분리하고 있는데 이는 두 규제가 상당히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라며 "전통적인 감독체계에서는 건전성 감독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언급했다.

◆ 금소처 인원 늘려도 주요 금융소비자 정책은 오히려 후퇴... 기존 금소처 한계만 명확

금소원 설립은 금감원 내 일개 부서로 존재했던 금소처의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평가된다.

현재 금소처는 소비자보호 업무에 집중하는 별도의 내부기구로 배치돼 소비자보호부문의 특화된 업무를 맡고 있지만 명확한 한계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 업무인 분쟁조정업무의 경우 분쟁조정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반복 민원에 대해 금융회사와 소비자가 조정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수준을 검증하는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도 취지와 달리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이 평가는 매년 70여 곳의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평가해 소비자들이 객관적인 금융회사 선택을 돕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금융회사의 수검부담과 금감원 내부 평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2021년부터는 3년 주기제로 운영 중이다.

3년 주기로 운영되다보니 금융회사별 평가 시기가 달라져 소비자들이 객관적으로 금융회사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급증하는 민원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상대적으로 단순한 비분쟁성 민원을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로 이관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데 비분쟁성 민원을 협회에 넘기는 대신 전문성이 요구되는 민원에 금감원이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금감원으로 접수된 민원을 민원 당사자인 보험회사의 이익집단인 협회가 민원처리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소비자단체 중심으로 제기됐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던져주는 꼴'이라는 비판이었다. 민원처리 인력이 부족한 금감원이 책임을 업계에 떠 넘기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물론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 차원에서 금소처 조직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금소처장의 직급을 부원장보에서 부원장으로 격상하고 인력도 100여 명 이상 확충하는 등 외형 확대에 힘썼지만 핵심 권한인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검사권과 제재권은 여전히 금감원 검사 부서에 남아있다. 

이로 인해 금소처는 금융회사에 문제가 발생해도 독자적으로 조사나 제재에 착수할 수 없었고, 관련 부서에 협조를 요청해야 했다. 신속하고 독립적인 소비자 보호 조치가 어려웠던 셈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조직이 분리되고 독자적인 원장을 갖게 되면 소비자 보호에 더 치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분쟁 조정 기능이 핵심일 것 같은데 검사 권한을 갖게 된 금소원이 어떤 운영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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