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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가구에 벌레 수백 마리 드글드글...업체는 '외부 유입' 핑계로 환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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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가구에 벌레 수백 마리 드글드글...업체는 '외부 유입' 핑계로 환불 거부
하자 판정 기준 제도적 보완 요구
  • 이설희 기자 1sh@csnews.co.kr
  • 승인 2025.10.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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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경기 화성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달 중견 가구사 A에서 원목 식탁 의자를 구매했다. 의자를 집에 들인 지 2주 무렵부터 의자 주변 바닥에 하얀 가루가 발견됐고 의자 등받이가 덜렁거리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의자 원목을 벌레가 갉아먹은 것. 이 씨는 교환을 원했지만 A사는 '원목 특성'이라며 추가적인 교환비를 요구했다. 이 씨는 "의자 6개를 벌레가 갉아 먹을 때마다 비용을 들여 교환하란 말인가"라며 "제품 자재 관리가 아닌 원목 탓만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사례2=서울 강남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최근 이사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B가구 브랜드의 침대를 구매했다. 하지만 설치 이틀 후부터 침대 위에 먼지더음이가 다수 발견됐다. 박 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B사는 교환만 가능하다고 맞섰다. 박 씨는 "벌레가 발견된 침대인데 환불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사례3=인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새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C가구업체를 통해 침대, 소파, 옷장, 식탁, 의자 등 가구를 새로 마련했다. 인테리어와 이사 청소까지 한 상태였지만 어느 날부턴가 가구에서 먼지더듬이가 다수 발견됐다. 김 씨는 "옷이나 집으로 벌레가 침투했을지 몰라 걱정되고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례4=고양시 일산에 사는 안 모(여)씨는 유명 가구사 D에서 구매한 모듈 쇼파에서 먼지더듬이를 발견했다. 구매 4개월 후 구조 변경을 위해 체결을 풀었더니 소파 바닥과 부직포 부분이 썩고 벌레가 나왔다. D사에 문의했으나 구매 후 4개월이 지나고 장마 기간이 겹쳐서 외부 유입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안 씨는 "다른 가구는 멀쩡한데 쇼파만 녹슬고, 곰팡이가 피고, 벌레가 나오는 게 구매자 외부 환경 요인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새로 산 가구에서 벌레가 생겨 온 집에 침투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보상은 커녕 가구 반품도 쉽지 않다.

벌레 발생 원인이 단순히 사용 중 유입인지, 제조·보관 과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하자로 인정받는 경우가 희박하다

원목 가구의 경우 제작 단계에서 내부에 남아 있던 벌레 알이 시간이 지나 성충으로 부화하며 가루를 내거나 목재를 갉아 먹는 나무좀 피해가 대표적이다. 수분이 많은 원목이나 합판에서는 흰개미가 서식해 구조 자체를 약하게 만드는 사례도 보고된다.

제작이나 보관, 운송 과정에서 유입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창고나 물류센터 위생 관리가 부실하면 벌레가 틈새로 들어가고 가구 내부 충전재나 접착제에 진드기나 먼지벌레가 서식해 알레르기나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보관 중 포장재에 달라붙은 좀벌레나 나방 유충이 함께 유입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벌레 유입은 하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법적으로는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벌레 발생이 제품 자체의 결함 때문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제작 단계의 문제인지 운송 과정 문제인지 명확히 밝혀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업체가 소독·방역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은 재산상 피해뿐 아니라 정식적 불안까지 겪고 있는 상황이다. 벌레 발생과 관련한 명확한 하자 판정 기준과 환불·교환 규정을 명시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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