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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전기차 샀다가 피눈물..."'AC3상' 충전기 철거로 멀쩡한 차 폐차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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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전기차 샀다가 피눈물..."'AC3상' 충전기 철거로 멀쩡한 차 폐차할 판”
  • 임규도 기자 lkddo17@csnews.co.kr
  • 승인 2025.10.15 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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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시흥에 사는 서 모(남)씨는 지난 2017년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SM3 Z.E.' 차량을 구매했다. 당시 전기차 충전소 부족으로 망설였지만 환경부가 전국 전기차 충전소를 1713곳까지 늘리겠다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을 발표해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국내 전기차 충전기 표준을 ‘DC콤보’ 단일 규격으로 채택하면서 'SM3 Z.E.'에 사용하는 'AC3상' 방식 충전기는 해마다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서 씨는 집 근처 전기차 충전소 충전기가 DC콤보 타입으로 변경된 후 집 반경 30분 내 AC3상 충전기가 없어 출퇴근 경로인 휴게소 충전소를 이용해야만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휴게소마저 DC콤보 충전기로 대체돼  불편은 더욱 커졌다.  차량 폐차를 고민한다는 서 씨는 “환경부, 한국도로공사, 지자체 등에 'AC3상' 충전기 설치를 요구했으나 이용자 수 부족 및 절차를 이유로 거절됐다“며 “정부의 정책을 믿고 전기차를 구매했으나 AC3상 충전기를 잇따라 철거해 폐차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전기차 충전 표준이 'DC콤보' 방식으로 통일되면서  기존 'AC3상' 방식 충전 차량인 'SM3 Z.E.' 차주들이 '충전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DC콤보를 채택하면서 2013~2019년까지 7371대가 판매된 르노코리아의 'SM3 Z.E.'는 차량 충전기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AC3상 방식은 DC콤보와 호환이 불가능해 일부 소비자들은 고육지책으로 직접 해외직구한 어댑터에 의존하고 있지만 안전성 우려도 크다. 정부가 충전 인프라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전기차 이용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C3상, 차데모, DC콤보 충전 방식이 모두 가능한 멀티 전기차 충전기 
▲AC3상, 차데모, DC콤보 충전 방식이 모두 가능한 멀티 전기차 충전기 

실제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SM3 Z.E.' 차주들이 차량 충전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한 카페에서 AC3상 충전기 철거로 SM3 Z.E 차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네이버 한 카페에서 AC3상 충전기 철거로 SM3 Z.E 차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AC3상은 별도의 직류 변환 어댑터가 없는 충전방식으로 효율이 높고 구축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완속 충전 시 3~22kW 수준에 그쳐 속도가 느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 DC콤보는 충전기 내부에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해 차량에 직접 공급하기 때문에 고전압, 고전류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30분 내 80% 충전이 가능할 정도의 최대 350kW까지 지원하고 있고 커넥터 하나로 완속과 급속을 모두 지원해 공간 활용도가 높다. 

이러한 장점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 2017년 12월 충전방식의 표준화를 통해 전기차 시장 혼선을 줄이겠다며 전기차 충전기 표준을 'DC콤보'로 수립했다. 이후 전기차 충전기 대부분이 DC콤보 단일 충전기로 설치되면서 AC3상 충전방식을 사용하는 'SM3 Z.E.' 차주들이 충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C3상 충전방식의 경우 DC콤보와 기술, 안전 문제로 호환이 불가능해 변환 어댑터마저 없다.  AC3상 충전기가 사라지면 사실상 차량 충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차주들은 해외직구 등을 통해 DC콤보와 호환되는 사설 어댑터 부품을 구매하기도 하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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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차주들은 해외직구, 중고거래 등을 통해 DC콤보와 호환되는 사설 어댑터 부품을 구하고 있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설치 대행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은 전기차 충전기 설치 시 AC3상 충전이 가능한 멀티 충전기도 일부 설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간 보조 사업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경우 멀티 충전기 설치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AC3상, 차데모, DC콤보 충전 방식이 모두 가능한 멀티 충전기를 일부 설치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동일하게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또한 DC콤보 방식의 충전기로 급속하게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15일 현재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멀티 충전기는 209기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2021년부터 전기차 보급대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충전 수요에 대응하고 휴게소 내 공간 제약 및 신규 설치 공간 확보를 위해 일부 충전기 철거를 진행했다"며 "향후 이동가능 거리를 고려해 126개 이상 휴게소에 50kW~100kW급 멀티충전기 1기 이상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 017, 011을 사용하는 소수의 이용자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도 통신망을 유지한 것처럼 정부가 새로 설치되는 충전기는 DC콤보 방식으로 설치하고 기존의 AC3상 방식의 충전기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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