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자신의 색채를 내기 위해 펼친 ‘공간 혁신’과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이 성과를 낸 모습이다. 내년부터는 사업재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과 패션 계열사 부진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30일 이마트와 신세계로 계열분리를 선언했다. 이마트 계열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백화점과 패션 부문은 정유경 회장이 동일 선상에서 총수 역할을 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신세계의 올해 매출은 6조8865억 원, 영업이익은 4750억 원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4.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0.4% 감소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시설 투자액이 23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0억 원 증가한 점과 매장 리뉴얼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리뉴얼 효과가 본격 반영되는 2026년에는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간 혁신과 온라인 강화 전략은 경기 침체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의 공간 혁신 대표 사례는 ‘신세계 타운화’ 프로젝트다. 정 회장은 ‘백화점의 본질은 공간 경험에 있다’는 철학으로 주력 점포 리뉴얼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회장 승진 이전 총괄사장 시절부터 8년 여의 기획 과정과 2년 간의 리뉴얼을 통해 올해 완성된 강남점 식품관에 2024년 2월 스위트 파크, 6월 하우스 오브 신세계, 올해 2월 신세계 마켓, 8월 프리미엄 델리 등을 잇달아 오픈했다.
또 지난 4월 유형문화유산이던 옛 제일은행 본점을 리모델링한 ‘더 헤리티지’를 오픈했고 연말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초대형 명품 브랜드를 모은 ‘더 리저브’ 리뉴얼도 예정하고 있다.
단순 유통 공간을 넘어 ‘체험형 럭셔리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도전이다.
강남점은 리뉴얼 효과에 힘입어 매출 신장률이 2023년 5.6%에서 2024년 7%, 올해 상반기 8.5%로 높아졌다.
‘스위트파크’는 오픈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200만 명, 매출 108% 증가를 기록했고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14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계열분리 선언으로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동일선상에서 총수 역할을 하게 된 정유경 회장 입장에서는 신세계의 확실한 캐시카우 발굴이 필요한 상황에서 반가운 성과다.

정 회장은 온라인 영역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 8월 자체 쇼핑 플랫폼 ‘비욘드 신세계’를 선보이며 백화점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채널을 구축했고 업계 최초로 여행 플랫폼 ‘비아 신세계’를 론칭하며 백화점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는 그룹 이커머스인 SGG닷컴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 체제를 실질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중심으로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중 면세 사업과 패션 계열사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에 캐시카우 마련이 절실한 정 회장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는 중국 관광객 회복 지연과 환율 부담, 경쟁 심화로 지난해 197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23년 대비 영업수지가 1000억 원 줄었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계열분리 후 처음으로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40대 비중을 16%로 전년 대비 두 배 높였다. 코스메틱 부문에는 1980년대생 CEO를 선임하며 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본점 등 주요 점포 리뉴얼이 이어질 예정”이라며 “지속적으로 공간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본업 경쟁력을 살려 매출 성장과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