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지주를 비롯한 은행권에서는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의 릴레이 연임과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았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종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었지만 일부 시중은행들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연루되며 조 단위 과징금을 물어낼 상황에 몰리는 등 금융사고 역시 빈발했던 한 해였다.
1. 우리금융,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완료...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가속
우리금융지주가 그룹의 숙원 사업인 비은행 부문 강화에 마침내 쐐기를 박았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공식 완료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현 iM라이프) 매각 이후 약 11년 만에 생명보험사를 다시 품게 되었다. 이번 인수는 총 1조 5493억 원 규모로 우리은행에 집중됐던 그룹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보험 시장 내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최대 3년 안에 두 회사를 통합한 생보사를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다.
2. 케이뱅크, IPO 삼세번 도전 확정...몸값 논란 딛고 흥행 성공할까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세 번째 도전을 확정했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IPO를 시도했으나 시장 상황과 기업가치 산정 문제로 철회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내년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모가 현실화와 몸값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 흥행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두 번째 IPO 도전 때보다 희망공모가를 최소 10% 낮게 책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총 약 1조 원을 포기하고 안정적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 금융당국, ELS 사태 관련 5개 은행에 2조 원 중징계 통보...내부 통제 부실 엄단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하여 지난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합산 과징금·과태료 약 2조 원을 사전 통보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및 내부 통제 시스템 부실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조 단위 과징금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당국은 은행권의 고질적인 '단기 실적 위주 영업 행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 제재에 대한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최종 제재 수위를 통보받을 예정이다.
4.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함영주 현 회장 연임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함영주 현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 후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하며 향후 3년간 그룹을 더 이끌게 됐다. 함 회장 연임을 위해 지난 1월 만 70세가 넘어도 주어진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하는 등 연임 작업을 준비해 왔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 체제에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역대 최고 주가를 경신하는 등 양적·질적 성장을 이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순이익 3조4334억 원으로 역대 최대인데 연임 첫해에 첫 연간 4조 원 돌파에 성공한다면 리더십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5.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 연임 성공... 세대교체 속 안정적 리더십 유지
신한금융지주 역시 차기 회장 인선에서 진옥동 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며 그룹의 안정적인 리더십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진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내부적으로 젊은 인재들을 대거 발탁하는 '세대교체' 작업을 병행하면서도 그룹의 핵심적인 경영 전략은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6.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금융권 최초 5연임...인터넷은행 독주 체제 지속
카카오뱅크가 윤호영 현 대표이사의 5연임을 결정했다.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최초로 5연임에 성공한 CEO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윤 대표 체제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매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역대 최대인 3751억 원이다.고객 수는 2624만 명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997만 명으로 20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7. 예금자보호한도 1억 원으로...24년 만에 상향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현실화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24년 만에 상향 적용했다. 고물가와 금융 자산 증가에 따라 소비자들의 자산 보호 필요성이 커진 점을 반영한 조치다.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은행·저축은행·보험·금융투자업권뿐 아니라 개별법에 근거하여 각 중앙회가 보호하는 상호금융의 예금보호한도 모두 1억 원으로 상향됐다. 이번 상향으로 은행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우려됐으나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은 지난 9월부터 지난달까지 각각 17조2578억 원, 2조211억 원 늘어나며 꾸준히 증가했다.
8. KB금융, 국내 금융그룹 최초 시가총액 50조 원 돌파
KB금융지주가 지난 달 12일 종가 기준 최초로 시가총액 51조3829억 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총 50조 원은 지난 10일과 11일 장중에 터치하긴 했으나 종가까지 지켜내진 못했다. 1월과 비교하면 18조 원 이상 오른 수치다. 이달에도 50조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위를 차지하는 등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며 공격적인 주주 환원 정책과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선전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총주주환원율 역시 금융권 최초로 상반기 50%를 돌파했고 올해 52.6%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9. 제4 인터넷은행 인가, 결국 '원점'...혁신성 부족 평가에 모든 컨소시엄 낙마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결과 신청에 나섰던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모든 컨소시엄에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사업 계획의 혁신성 부족'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및 데이터 보안 대책 미흡' 등이 주된 이유였다. 이번 심사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메기 출연을 기대했으나 기존 인터넷은행을 능가할 만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당국은 금융 시장의 경쟁 촉진이라는 목표는 유지하되 금융시장 경쟁상황,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 및 은행업을 영위하기 적합한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 4 인뱅 허가의 문을 열어둘 계획이다.
10.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초읽기... 은행법 등 기존 법체계 정비가 핵심 과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이 주도하는 방안이 입법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달 당정협의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중은행이 지분 51% 이상 보유한 컨소시엄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실상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다는 의미다. 다만 현행 은행법상 은행의 비금융회사 의결권 지분 보유 한도는 15%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비금융 일반법인으로 분류될 경우 최소 4개 은행이 참여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져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법과 상충하는 문제에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