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는 오너 3세 정기선 회장 승진으로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를 다시 갖추게 됐다.
HD현대중공업(대표 이상균·노진율)은 세계 최초로 선박 5000척 인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HD현대그룹은 올해 통합 HD현대중공업과 HD건설기계를 잇달아 출범하며 조선과 기계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한화와 신경전은 올해도 이어갔으며 재계에서 5번째로 그룹 시가총액 100조 원을 달성했다.
1. 정기선 회장 승진, HD현대그룹 37년 만에 오너경영 체제 복귀
지난 10월 17일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43세의 나이로 HD현대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198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를 갖추게 됐다.
정 회장은 2023년 부회장, 2024년 수석부회장을 거치며 준비된 총수로 평가된다. 실제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굵직한 사업 재편과 신사업 육성을 주도하며 그룹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왔다.
현재 그룹 핵심 계열사로 도약한 HD현대마린솔루션(대표 이기동) 설립을 주도했고, 2020년에는 자율운항 전문 계열사 아비커스를 출범시키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또 수석부회장 시절에는 베트남 두산비나와 HD현대마린엔진(대표 강영) 인수를 최종 완성하며 조선·엔진·기계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아직까지 지분 승계는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HD현대 지분 6.12%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 정몽준 이사장은 26.6% 지분을 지녔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 HD현대그룹, 세계 최초 선박 5000척 인도 대기록
HD현대는 지난 11월 1974년 첫 선박 인도 이후 반세기 만에 세계 최초로 누적 5000척 인도 대기록을 달성했다. 유럽과 일본조차 이루지 못한 성과로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다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000번째 선박은 필리핀 초계함 ‘디에고 실랑’이다. 길이 118.4m, 폭 14.9m, 항속거리 4500해리 등 최신 사양을 갖춘 함정이다. 조선 계열사 별로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 2631척 ▲HD현대미포조선 1570척 ▲HD현대삼호중공업 799척이다. 선박 길이를 평균 250m로 환산하면 총 1250km로 서울~도쿄 직선거리(약 1150km)보다 길며,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약 140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 회장은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며 “다음 5000척을 향해 또 다른 반세기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3.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2035년 매출 37조 목표
지난 12월 1일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하면서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범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 국내 1·2위 조선사가 하나로 합친 것이다.
HD현대는 2035년 매출 37조 원을 달성해 세계 1위 조선사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양사의 설계·R&D·도크·생산 인력 역량이 한데 결합하며 규모의 경제가 극대화되고, 시장 대응력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두 회사의 통합을 기반으로 미국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포함한 해군 함정 분야 경쟁력을 높여, 2035년까지 방산 매출을 현재 대비 약 10배 수준인 10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4. HD건설기계 출범...2030년 매출 14조8000억 목표
HD현대건설기계(대표 최철곤)와 HD현대인프라코어(대표조영철·오승현)가 ‘HD건설기계’로 내년 1월 출범한다. 지난 9월 16일 분당 글로벌R&D센터와 인천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가결됐고, 10월 10일까지의 주식매수청구권 절차도 모두 마무리됐다.
두 회사는 지난 7월 시장 변화 속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기술력·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HD건설기계는 2030년 매출 14조8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규모로, 전동화 장비·수소기반 파워트레인·자율주행 건설기계 등 미래형 기술 투자를 강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5.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서 한화와 신경전
2023년 말부터 이어진 7조8000억 원 규모 KDDX 사업자 선정을 두고 HD현대는 한화그룹과 올해도 신경전을 이어왔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관례에 따라 수의계약을 주장하고, 한화오션은 보안 이슈를 근거로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를 요구하며 갈등 빚고 있다. 2022년 HD현대중공업 직원이 KDDX 개념설계도를 무단 촬영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KDDX 사업자 선정은 오는 1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6. HD현대로보틱스 상장 준비 돌입…IPO 주관사 선정 절차 착수
국내 로봇 시장 점유율 1위 HD현대로보틱스(대표 김완수)가 기업공개(IPO)를 위해 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2일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 RFP를 배포하며 상장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상장은 HD현대가 제시한 2030년 ‘매출 100조 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룹 조선 계열사가 추진 중인 스마트조선소 프로젝트(FOS)는 AI·로봇 기반으로 생산성과 공기를 30% 단축하는 구상을 담고 있는데 HD현대로보틱스는 관련 기술을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HD현대미포조선과 함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고, 내년에는 조선소 전용 자동화 기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7. HD현대중공업, 첫 잠수함 수출 눈앞…페루와 연내 계약 체결 전망
HD현대중공업은 12월 3일 경주 APEC 행사에서 페루 국영 시마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개발·건조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재 후속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계약이 성사될 경우 HD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초로 잠수함을 수출하는 사례가 된다.
양사는 연내에 공동개발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야드에서 페루 해군 및 시마 기술진과 함께 페루 해군 요구조건에 맞춘 신형 잠수함의 기본·상세 설계를 공동 수행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시마 조선소와 호위함·초계함·상륙지원함 등 4척을 공동 건조하며 협력 기반을 다진 바 있다.
8.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시동
HD현대는 지난 8월 25일 서버러스캐피탈·산업은행과 함께 50억 달러(한화 약 7조3500억 원) 규모의 미국 조선소 현대화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하며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준비에 나섰다.
정 회장은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전남 대불산단에 AI 조선기술 실증센터와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추진하며, 마스가 성공을 위한 지역 기반 R&D 역량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약 15조 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9. HD현대그룹, 사상 첫 시총 100조 돌파…재계 5번째
HD현대그룹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29일 오전 9시30분 기준 101조를 기록했다. 시총 100조 원 이상을 기록한 그룹은 삼성, SK, 현대차, LG 등에 이어 5번째다.
HD현대중공업이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봤고, HD현대일렉트릭은 AI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한 전력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10. HD현대중공업, 4연속 누리호 발사대 지원 성공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1월 27일 진행된 누리호 4차 발사까지 4연속 발사 지원에 성공하며 우주발사 인프라 국산화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제2발사대 기반시설부터 발사대 지상기계설비, 추진제 공급설비, 발사 관제설비 등 발사대 시스템 전 분야를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설치하고, 발사 전 점검과 운용을 총괄했다. 발사대 시스템 국산화율 100%를 달성해 외국 기술 의존 없이 국내에서 발사 인프라를 구축·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