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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고라니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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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고라니를 구하라"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2.1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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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사1동 대우 6차아파트 부근 빈터에서 12일 다리를 다쳐 신음하던 고라니가 2시간여의 숨바꼭질 끝에 구조됐다.

고라니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다친 다리를 치료해 주려고 그러는 줄 모른 채 다가가면 달아나고 다가가면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52)씨는 이날 오후 다리 다친 야생 고라니가 목격됐다는 주민 제보를 받고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회원 3명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구조요원들의 손에는 마취총이 들려 있었지만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고라니가 순순히 이들에게 몸을 노출 시키지 않았다.

고라니는 구조의 손길이 다가올 때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빈터를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아나 키가 1m 남짓한 마른 수풀 속에 숨기를 몇 차례나 되풀이했다.

최씨는 "고라니가 시화호 습지에서 서식하다 주변 일대가 개발되는 바람에 생태통로가 차단되자 방향감각을 잃고 아파트 주변에까지 진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요원과 취재진을 따돌리고 1㎞ 이상을 달아나던 고라니는 그러나 호안도로 한편에 탈진한 채 누워버렸다.

2∼3년생 수컷으로 추정되는 이 고라니는 쇠올가미에 걸려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입어 오른쪽 뒷다리가 부러져 있었고 왼쪽 뒷다리와 양 앞다리에 난 상처부위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요원들이 다가가자 처음에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려 하던 고라니는 자기를 도우려 한다는 걸 알았는지 이내 순순히 그들에게 몸을 맡겼다.

요원들은 상처를 응급처치하고 붕대로 싸맨 뒤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으로 고라니 구하기를 마감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경기남부지회 안태권 지회장은 "개발의 손길이 시화호 주변으로 미치면서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이 호안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거나 신음하는 채로 발견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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