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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수익률 '뻥튀기'?…유통업계 회계기준 적합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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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수익률 '뻥튀기'?…유통업계 회계기준 적합성 논란
  • 이경주 기자 yesmankj@csnews.co.kr
  • 승인 2013.06.28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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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기업회계기준이 국내 유통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기업가치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품을 직접 취급하지 않고 중계수수료만 챙기는 일부 백화점이나 홈쇼핑업체의 경우 제품 판매액이 아니라 수수료 수입이 매출로 기입되기 때문에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률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유통업계의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백화점과 최근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홈소핑업체들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 1분기에 매출 3천856억 원, 영업이익 1천4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27%를 기록하며 500대 기업에 포함된 유통업체 가운데 최고수준을 자랑했다.
 


백화점 라이벌인 신세계가 11.2%, 롯데쇼핑이 5%에 그친 것에 비하면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현대백화점은 매출원가가 18.1%에 불과할 정도로 직접 판매비율이 낮다. 매출의 대부분을 직접 판매가 아닌 수수료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신세계의 매출원가는 36.6%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판매된 제품의 전체 가격 대신 수수료만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에 외형은 실제보다 줄고 영업이익률은 높게 나타난다. 영업이익이 똑같더라도 분모인 매출이 적으면 영업이익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실제 한 백화점 관계자가 밝힌 자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총판매액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을 산정할 경우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7~8%수준으로 크게 낮아진다고 한다.
 
수수료매출과 직매입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홈쇼핑업체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홈쇼핑업체가 직접 제품은 매입해 판매한 제품은 제품가격 전체가 매출에 기입되는 반면, 판매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만 받은 경우는 수수료만 매출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홈쇼핑업체들도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게 계산된다. 실제로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유통업체 가운데 현대백화점 다음으로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이 높은 업체는 현대홈쇼핑(17.7%)과 GS홈쇼핑(15%)였다.
 
수수료만 매출에 반영하도록 한 회계기준 때문에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상품 취급액이 3조 원을 돌파하며 CJ오쇼핑의 2조8천540억 원을 추월해 홈쇼핑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CJ오쇼핑은  매출에서는 여전히 자신들이 1위라고 반박했다.
 
GS홈쇼핑은 수수료매출과 직매입 매출이 혼합된 회계상의 매출보다는 전체 취급고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CJ오쇼핑은 회계기준으로 정해진 매출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유통업계의 의견은 CJ오쇼핑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홈쇼핑은 전체 취급고를 기준으로 외형을 따지는 게 타당하다는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총판매액(총액)”이라며 “수수료만을 매출로 인식하는 기업회계기준 때문에 정작 기업의 경쟁력과는 무관한 수치만 나열돼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 측은 현행 기준이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만 매출로 잡도록 해야 부가가치 창출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입점 업체들이 판매부터 재고관리까지 다 하고 있는데 이를 해당 유통업체의 경쟁력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 회계기준을 무작정 도입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럽과 미국은 대부분 직매입으로 운영하는 유통업체가 대다수인데 국내 및 아시아권 국가는 80%가 중개수수료로 수익을 낸다”며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무작정 2003년과 2011년 미국과 유럽 등 그 쪽 사정에 맞는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주주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오히려 총매출액을 필수 기입사항으로 만들고 순매출(수수료)를 병기사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당국의 편의성을 위해 모두가 희생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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