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1, 2위인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과 한국투자증권(대표 정일문)이 지난해 자본총계를 크게 늘렸을 뿐 아니라, 6~7위권인 신한금융투자(대표 김병철)와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도 자본을 5000억 원 이상 늘리며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했다.
◆ 한국투자증권 5조 돌파하며 2위로 급부상... 신한금융투자 4조 돌파했으나 '먹구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의 지난해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총액은 45조6276억 원으로 전년도 41조116억 원에 비해 4조6160억 원(11.3%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년새 자본을 1조48억 원이나 늘리며 업계 순위를 4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고, 신한금융투자도 8658억 원을 늘리며 4조 원대에 진입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도 8000억 원 이상을 늘리며 증권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9조 원을 돌파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자본을 5000억 원 넘게 늘리며 역시 4조 원대로 올라섰다.
이밖에도 10대 증권사 대부분이 2000억~3000억 가량 자본을 늘렸다. 10위인 대신증권(대표내정 오익근)만 220억 원 증가에 그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증가폭이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카카오뱅크(대표 윤호영) 지분 정리를 위해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대표 김남구)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자기자본이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잔여 지분 중 29%를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옮기기 위한 목적으로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77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중 일부를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자회사 이슈에 의한 증자였지만 덕분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 5조 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초대형 IB로 지정된 이후 매년 적립되는 이익잉여금과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꼬박꼬박 쌓고 있다. 이미 지난해 자기자본 8조 원을 돌파하며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일감몰아주기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4조 원 이상 초대형 IB에게 주어지는 발행어음 업무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수익성을 고려해볼 때 추가 자본 확충 없이 이익잉여금만으로도 늦어도 내년께 '자기자본 10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대에서도 증권사의 자본확충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증권(대표 장석훈)은 지난해 2872억 원을 늘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4조9493억 원으로 자기자본 5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8월 신한금융지주로부터 6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 원을 돌파해 현재 약 4조2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초대형 IB 기준을 충족했지만 현재 라임사태로 인해 초대형 IB 진출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별도 증자없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4조 원을 돌파했지만 아직 초대형 IB 신청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 초대형 IB 인가는 개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으로 신종자본증권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한 개별재무제표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7000억 원 수준으로 올해 중으로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3조4751억 원이지만 올해 초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4997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1분기 중으로 자기자본 4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현 추세로는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보다 초대형 IB 인가를 더 빨리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약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3월내 완료하고 자기자본 4조 이상이 되면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 사업 등의 신규 Biz 신청의 경우 관련 조직 및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해 신청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중·소형사 자본 키워 '자기자본 1조 원' 돌파 나서
그동안 자본 확충에 소극적이었던 자기자본 1조 원 미만 중·소형사들도 부지런히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과 현대차증권(대표내정 최병철)은 나란히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을 크게 늘렸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한화자산운용이 참여하는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그 해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한화자산운용의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 변경 승인이 나면서 증자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전년 대비 2051억 원 늘어난 1조1554억 원으로 자기자본 1조 원을 돌파했다.
현대차증권도 지난해 10월 103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특히 현대차증권은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증자를 실시한 셈인데 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을 방지하기 위해 상환전환우선주를 제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증권 자기자본은 전년 대비 1668억 원 증가한 9892억 원으로, 현재 수익 증가분을 고려할 때 빠르면 올해 1분기 중으로 자기자본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하이투자증권(대표 김경규)도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는 DGB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중으로 21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하이투자증권에 자본 확충을 진행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8224억 원이지만 유상증자 이후 단숨에 자기자본 1조 원을 넘게된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육성의지와 비전 그리고 그룹 내 하이투자증권의 위상을 반영하는 가늠자”라며 “이번 증자를 통해 당사의 장기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될 것으로 기대되고 기존 핵심사업 및 신규 사업 영역 확장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증권사 수익구조가 과거 리테일 중심에서 자본 투자가 필요한 IB와 운용부문에서 대거 발생하면서 자기자본과 수익 규모가 비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영업수익 2797억 원에서 IB/PF 부문에서만 절반이 넘는 1416억 원을 벌어들였고 현대차증권도 IB부문(약 1000억 원)과 자기자본투자(PI)부문(669억 원)에서만 막대한 수익을 가져갔다. 리테일 비중이 높은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궈밍쩡)도 매년 IB부문 순영업수익이 늘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약 600억 원 가량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사와의 자기자본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지만 증권사 수익구조가 급속도로 IB부문으로 치우치게 되면서 중·소형사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몸집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산업은 과거와는 달리 획일화된 비즈니스 모델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그리고 중소형사 중에서도 특화된 수익모델을 가진 회사들로 변화중인데 최근의 증권산업은 IB, 트레이딩, PI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특히 대형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은 이전과 달리 전체 매출의 30%를 하회할 정도로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지수가 상승한다고 증권업지수에 베팅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