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시장이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기 위한 행보이지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고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아침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식거래 가능..."해외도 24시간 거래"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금융위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6월까지 프리마켓·애프터마켓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프리마켓은 오전 7시~8시,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8시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프리마켓·애프터마켓으로 거래시간을 12시간으로 확장한 이후 내년 말까지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을 추진한다는 것이 한국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이달 중 증권업계 노조와 만나 주식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입장을 주고 받은 후 증권사 실무진을 대상으로도 거래시간 연장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해외 주식시장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NYSE)·나스닥 등이 올해 하반기 24시간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며 런던증권거래소(LSE), 홍콩증권거래소(HKEX) 등도 24시간 거래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도 이에 대응해 거래시간 확대를 통해 해외 투자자 유치를 확대하고 유동성 확대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해외 거래소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리테일 투자자들의 유동성 흡수를 위해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거래시간 확대를 통해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참여를 확대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유동성 확대 기대 VS 일방적인 추진 반발
금융투자업계는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지난해 3월 넥스트레이드 대체거래소(ATS) 출범 이후 전체 시장의 유동성이 높아진 것처럼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으로 유동성 확대를 기대할수있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우려와 달리 기존 시장과 넥스트레이드 모두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매매 주문이 양쪽에 쌓이면서 전체 시장의 깊이가 두터워지는 효과가 있었는데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로도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에서 프리마켓·애프터마켓을 운영한 이후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유동성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한국거래소에서도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거래시간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거래시간 확대를 위해 인력을 확보하고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늘어난 거래시간에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전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올해 예산에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된 인적·물적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거래소가 일방적으로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6월까지 거래시간 연장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이 상당히 촉박한 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목표대로 달성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한국거래소에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노조 측은 업무시간 확대로 인한 직원들의 피로도 증대, 유동성 분산으로 인한 시세조종의 위험 등을 이유로 거래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업무부담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점을 통한 오프라인 주문을 금지하고 본점과 온라인을 통한 주문으로만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온라인 고객을 응대할 영업직원, IT직무, 본사 필수 인력은 거래시간 확대로 인해 빠른 업무 개시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노조 측은 거래시간 연장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퇴진운동을 비롯한 강경책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거래시간 연장이 선진 자본시장의 전제조건이라는 주장에 여의도 증권노동자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24시간 주식시장이 열리면 증권노동자들은 투자자들의 시도 때도 없는 전화로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