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상품은 중도 해약 시 납입한 보험료보다 환급금이 확연히 줄어드는 구조라 가입 소비자들 역시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고려하는 결정사항이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시작된 경기 악화의 여파가 여실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17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4개 생명보험사와 14개 손해보험사 등 전체 보험사의 해지 환급금은 11조4724억 원으로 전년 동기(10조759억 원)에 비해 13.9% 급증했다.
1월까지만 하더라도 해지환급금 신청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4% 적었지만 2월 1.1% 증가로 돌아서더니 3월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생명보험 해지환급금은 7조73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으며 손해보험 장기보험은 3조7341억 원으로 14.2% 늘었다.
생보사 중에 해지환급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생명으로 1조6988억 원에 달했다. 계약금액이 많은 삼성생명 등 빅3가 해지환급금 역시 가장 많았다. 2위인 한화생명도 1분기 만에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 비해 해지환급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AIA생명이었다. AIA생명은 24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00억 원을 갓 넘긴 것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늘었다.
AIA생명 관계자는 "자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달러보험의 건당 규모가 커 해지가 일시적으로 몰릴 경우 해지 환급금이 크게 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IBK연금보험(49%),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36%) 등도 크게 늘어났으나 해지환급금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반면 NH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 해지환급금이 71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푸본현대생명 역시 1061억 원으로 0.3% 줄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3월 한달만 놓고 봤을 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지 환급금이 증가했는데 1월에 전년 동기 대비 줄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비해 해지환급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AIG손해보험으로 2.7배나 늘어났다. 이어 더케이손해보험이 123억 원으로 92% 증가했으며 AXA손해보험 66.4%, 에이스손해보험 54.3% 등의 순이었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해지환급금이 줄어든 곳은 NH농협손해보험이 유일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설날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해지 환급 문의가 늘었으며 3월이 가장 많았다"며 "4~5월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 지원이 생기면서 해약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