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 사는 윤 모(여)씨가 지난해 9월 구입한 르노삼성 sm6는 지속적으로 ‘배터리를 충전 중입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센터에서는 블랙박스가 전류를 많이 차지해 기계가 가끔 오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설치업체를 찾아 해결하라고 말했다. 윤 씨는 “블랙박스 업체는 설치에 문제가 없다 하고 르노삼성 서비스센터에선 운전 중에만 활성화하도록 설정을 바꾸거나 보조 배터리 추가를 권한다”며 “배터리 방전 문제가 뜨면 설정을 바꾸거나 유상으로 물품을 추가 구매해야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차량 배터리 무상보증 기간에도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은 보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빈번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는 제조사에 따라 1년 또는 2만km까지 무상보증을 시행하고 있지만 블랙박스로 인한 방전시 보증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도 워런티에는 포함지만 소모품이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의한 문제 발생 시 무상 수리는 어려운 편이다. 블랙박스를 설치할 때도 직원이 방전 주의를 시키며 ‘24시간 상시’ 혹은 ‘주차 중 제외’ 등 소비자가 원하는 설정을 물어보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순정이면 모르지만 외부 기기 설치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면 워런티에 포함된다 해도 무상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합선이나 셀 수명이 다했다는 등 품질 결함이면 몰라도 블랙박스 사용으로 인한 방전임이 판명 나면 유상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잦은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주차 중에는 블랙박스 전원을 꺼두거나 배터리 방전 방지 기능이 탑재된 신품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요즘 차량 제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애초 외부 전자기기에 의한 충격도 충분히 감안하고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로선 블랙박스 외에 다른 부분이 방전 원인이라고 해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입증하기 어려워 법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딜러들도 구매 당시 순정 제품 외에 전자 기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충분히 고지해줘야 한다”면서 “블랙박스가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으면 외부 기기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도 충분히 감안하고 제조하는 게 제조사 의무다. 방전 시 문제를 블랙박스로만 돌리지 말고 이런 부분도 고민하고 설계해 소비자 피해를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