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에서의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낸다.
현재 국내 금융권의 메타버스 도입은 실험 수준으로 아직 현실과 동일한 업무까진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경영전략 회의를 진행하거나 연수원을 구현해 신입사원들과 소통하며 금융 상담까지 가능한 단계까지 근접해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권광석 은행장과 MZ세대 직원들간 소통하는 자리를 메타버스에 마련해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가상경제 선제대응 차원에서 메타버스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한 미래금융 서비스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미래금융 플랫폼과 오프라인 메타버스 브랜치 개발을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내 업계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최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맞춤형 선불카드를 내놨다. 선불카드를 통해 제페토 내 가상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급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현실 실물카드는 가상공간에서 사용 중인 아바타를 카드 디자인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고객 접점을 늘리면서 가상공간을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 지점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 세계와는 달리 가상공간에선 오히려 지점 구축에 열심이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로블록스 플랫폼이나 가상현실기기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도 준비하고 있다. 체험관에선 아바타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상담, 이체, 상품 가입 등 금융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자체 플랫폼 내에서 메타버스 공간을 마련했다. 앞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응원을 위해 ‘신한 SOL 베이스볼 파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평가전을 진행하는데 관중 입장이 제한됨에 따라 메타버스에서 야구 팬들과 소통하고 함께 응원할 수 있도록한 공간이다.
프로야구 정규리그 후반기가 시작될 경우 ‘신한 SOL 베이스볼 파크’는 팬과 선수가 소통하는 팬미팅, 실시간 문자 전송을 이용한 응원, 실시간 경기 기록 기반의 이벤트 등을 진행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것 이상의 재미와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베이스볼 파크는 일단 이벤트 형식으로 운영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 실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한은행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금융교육 프로그램 ‘신한 Solverse 메타금융스토리’를 시행했다. ‘신한 Solverse 메타금융스토리’는 교육에 참여하는 초등학생들이 안전하게 자택에서 교육에 참여하고 서로 재미있게 소통하면서 금융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현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호기심 많은 미래세대 대상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자 이번 교육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신한 Solverse 메타금융스토리’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흥미로운 금융교육 콘텐츠를 계속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타금융업권 대비 메타버스 도입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보험사들도 최근 고객 상담, 채용 설명 등에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며 동참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역시 현재는 워크숍, 채용 상담 등 사내 행사에 메타버스를 접목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현대해상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앞두고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채용 상담회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에서 실시한다. 구직 희망자와 채용 담당자, 실무진은 게더타운에 접속해 각자의 아바타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사내행사를 진행하는 보험사도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과 부서 워크숍들을 게더타운에서 개최했다. 아바타가 있지만 화상연결을 동시에 이뤄지게 해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는 등의 소통도 가능했다.
삼성화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소통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생명도 최근 상반기 우수부서 및 우수직원 시상식을 메타버스 가상현실 내에서 진행했다.

이밖에 관련 협의체 가입도 이어지는 중이다. 사내 행사를 넘어 고객 서비스에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말 정부가 주관하는 기업 협의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생보사 최초로 가입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금융상담, AR/VR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한라이프도 이달 15일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며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을 알렸다. 신한라이프는 가입 이전부터 게더타운을 활용해 신입직원이 임원을 가르치는 ‘거꾸로 스쿨’을 진행하는 등 가상 플랫폼에 관심을 보여왔다.

DB손보는 고객 상담 공간을 메타버스에 마련하고 ‘보험보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모바일에서 직접 가입 보험 보장을 진단하면 이에 대한 무료 상담을 진행해 주는 서비스다. 한 달간 진행한 시범 서비스지만 보험사 중 업무에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한 것은 DB손해보험이 처음이다.
메타버스를 소비자 보호에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이달 16일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소비자패널 결과보고회를 실시했다.
농협손해보험은 올해 6월부터 3개월간 소비자패널을 운영하며 △이색상품 아이디어 △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한 서비스 개선사항 △온라인 채널 상품 활성화와 홍보·마케팅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최창수 대표이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소비자보호가 중요시되고 있다”며 “메타버스 플랫폼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며 고객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