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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손해사정으로 보험금 깎고, 질질 끌고”...보험사들 100건 중 1건 부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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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손해사정으로 보험금 깎고, 질질 끌고”...보험사들 100건 중 1건 부지급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1.12.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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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홍천군에 사는 장 모(여)씨는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늦추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부터 어린 아들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는데 보험금을 신청하자 손해사정사가 찾아와 다시 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 요구한 서류를 모두 준비해서 제출했지만 개인정보동의서니 의료자문동의서니 추가 서류를 달라며 시간을 끌었다고. 장 씨는 “아들의 상황은 1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제와 심의를 다시 해야 한다니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 같다”며 “필요하다는 서류는 다 제출했지만 벌써 3개월 가까이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항의했다.

#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보험사가 자동차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축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음주운전을 한 트럭과 추돌 사고가 난 김 씨는 3주 넘게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치료에 대한 보험금만 지급했다고. 상대방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될 정도였는데 보험사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핑계댔다. 김 씨는 “접수해달라는 추가 서류, 보완 서류까지 다 준비했는데 개인정보 때문에 서류상 이름이 가려져 있으니 안된다, 교통사고 실황조사서도 명백하지 않다고 한다”고 황당해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축소하거나 지연해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정당한 심사를 거친 것이며 의료자문이나 서류미비로 인해 보험금이 축소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가입할 때 설명과 보험금 지급할 때가 다르다며 항의하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보험금 신청 100건 가운데 1건 가량을 부지급했다. 생명보험사 청구건수 총 66만4783건 가운데 5863건을 지급하지 않아 평균 부지급률이 0.88%에 달했다. 

삼성생명(1.06%), 한화생명(1.16%), 교보생명(1.07%) 등 대형 생보사는 1%를 넘어서며 평균치를 웃돌았으며 KDB생명 1.5%, 푸르덴셜생명 1.4% 등도 높았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으로 청구건수가 많은 손해보험사는 올해 상반기 382만8420건 중 6만3354건을 지급하지 않았다. 부지급률은 지난해 상반기 1.52%에서 올해 상반기 1.65%로 0.13%포인트 올랐다.

AIG손해보험은 3.2%로 가장 높았고, 하나손해보험 2.6%에 달했다. 삼성화재 1.67%, 현대해상 1.92%, KB손해보험 1.7% 등도 상위권에 머물렀다. 

보험금 지급을 놓고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최근 보험금 지급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지난 13일 보험사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고의로 미루는 행위를 규제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현행법상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키거나 조작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받는 이른바 ‘보험사기’는 규제하고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의 정당한 보험금 요청을 저해하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보험사들이 자회사에 보험금 손해사정을 위탁하는 ‘셀프 손해사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축소 지급한 사례들이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홍성국 의원실 관계자는 “보험 종사자의 의무에서 규정하는 금지행위에 부당한 보험금 삭감이나 지급 거절 행위 등을 추가하고 손해사정 업무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 보험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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