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준 작가는 한국의 주도에 관한 내용을 담은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을 출간하고, 책에 담긴 200여 점의 일러스트 중 선별해 포스터를 만들어 국내를 비롯 해외를 돌며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소주가 단순히 술이 아닌 대중적인 성인들의 소통의 도구로 작동하는 것에 착안, 술자리에서의 동작이나 행동, 행태를 세분화해 동시대 문화의 단면임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에게 주도는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에티켓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K-컬쳐다.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 등 OOT에서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더글로리, 모범택시, 카지노 등의 K-드라마, K-영화 등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막상 자세한 방법에 대해선 알기 어렵다.
전시는 이런 점을 간파해 일러스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따라하기 쉽게 구성됐다.
▶소주 마시는 법(How to drink soju) ▷1단계-자리 앉기 ▷2단계-소주병 잡기 ▷3단계-소주병 따기 ▷4단계-소주 권하기 ▷5단계-소주 따르기 ▷6단계-소주잔 잡기 ▷7단계-소주 받기 ▷8단계-잔 부딪치기 ▷9단계-소주 마시기 ▷10단계-소주잔 놓기 ▶소주 아트북: 브랜드별 소주 모델, 소맥 제조법, 만취 금지, 한국의 술 이야기 ▶소주 팁: 파도타기, 와이파이, 팔꿈치, 병나발 금지 등이다.
퍼니준의 K-컬쳐 일러스트 전시는 메인홀인 유니언홀 2층에서 열린다. 외국인이 직접 콤플렉스01을 방문해 장소를 섭외 단독 전시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퍼니준은 "하노이에서 전시공간을 찾기 위해 여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카페, 식당 등을 다니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획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관료과 매출을 보장하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던 중 콤플렉스01를 방문해 영국 유학파인 베트남인 푸욱 트랜 대표를 만나면서 전시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콤플렉스01 CEO 푸욱(Phuc Tran)은 “콤플렉스01은 60년대 폐공장을 재생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슬로건이 ‘타임 투 커넥트(Time to Connect)’”라며 “이번 퍼니준 작가의 K-컬쳐에 대한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시공간의 연결이라고 생각해 이번 전시를 허가하게 됐다”고 했다.
퍼니준 작가는 “한국인들에겐 익숙한 주도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리추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하노이 전시를 통해 베트남인들이 한국의 올바른 주도(酒道), 음주 에티켓을 경험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내를 비롯 태국, 라오스 등을 거쳐 베트남에 입성한 퍼니준 작가는 현재 영어 버전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이어가며 한국 문화를 알릴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