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폐쇄 조건을 까다롭게 규정한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이 지난 5월부터 적용되면서 은행들이 점포 폐쇄에 소극적이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비대면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점포 통·폐합을 미룰 수 없는 은행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시중은행의 통·폐합 됐거나 예정 중인 점포는 95곳이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지난해 연간 감소분(224곳)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66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이 13곳,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8곳과 7곳이었다. 하나은행은 1곳에 그쳤다.
특히 하반기 들어 대형 시중은행들의 점포 통·폐합은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이 특징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 통·폐합 점포 수는 85곳에 달했지만 하반기에는 10곳에 그치고 있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하반기 2개 점포를 통·폐합했으며 연말에 추가적으로 5곳을 더 통·폐합할 예정이고 신한은행은 2곳, 하나은행은 1곳이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하반기 통·폐합 예정 점포가 없다.
각 은행들이 점포 통·폐합 시 3개월 이전에 공시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 현 수준 이상으로 추가 통·폐합 점포가 등장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일부 은행들은 다수 점포를 신규 출점하기도 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신한은행이 13곳, KB국민은행이 5곳을 신규 출점했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5곳, 농협은행이 4곳을 새로 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건수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사전영향평가 강화 ▲점포 폐쇄 전 소비자 정보제공 확대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방안 마련 등을 담은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해 5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특히 유명무실화됐던 사전영향평가의 경우 '소비자 불편 및 피해 최소화 항목' 비중을 높이고 '은행 수익성' 비중을 낮추는 한편 폐점 예정 점포 지역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단계가 추가됐다. 은행별 경영공시에 폐쇄 점포 세부 현황도 공시토록해 은행의 점포 폐쇄를 압박하는 효과를 더했다.

다만 비대면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융당국 정책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프라인 수요 감소에 따른 점포 통·폐합을 미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수요 감소로 현재도 다수 영업점이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는 상황에서 점포 당 인원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지역의 여러 점포를 묶어 대형화하는 '거점 점포'나 해당 지역의 내점 수요를 파악해 영업시간을 탄력적용하는 '탄력점포'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디지털화, 비대면화가 가속될 것"이라며 "사전영향평가를 거쳐 인근에 대체 점포가 있는 곳과 이용률이 떨어지는 곳은 은행이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네트워크 조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