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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부품 없어서 몇 달째 수리 못 받아...다급한 차주에 "직접 구매 해오면 수리해 주겠다"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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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부품 없어서 몇 달째 수리 못 받아...다급한 차주에 "직접 구매 해오면 수리해 주겠다" 배짱
부품 보유기간 있으나 마나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11.22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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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남구에 사는 문 모(남)씨는 2021년식 벤츠 GLE 300d 차주로 차량 소음 때문에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결과 디퍼렌셜 기어가 파손된 것을 알게 됐다. 800만 원 이상 드는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부품 수급 때문에 수리가 1개월 이상 걸린 것도 큰 스트레스였다. 문 씨는 "당시 부품이 국내에 없어 독일에서 받는 데 2~3개월 걸리는 상황이었다"며 "간신히 다른 서비스센터에서 부품을 받은 뒤에야 수리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벤츠 측은 "부품 물류센터에서 국내 수요가 많은 부품 대부분을 상시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16년 쉐보레 캡티바 차주로 지난 10월 사고를 당한 이후 수리를 받지 못하는 중이다. 일반 업체는 물론 쉐보레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도 구동축 부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업체에서 부품 수급을 장담할 수 없고 고객이 직접 해당 부품을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수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GM 측은 "신차는 물론 단종 차량 역시 부품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 대전 유성구에 사는 임 모(여)씨는 2013년형 기아 K5 차주로 지난 9월경 사고로 카센터에 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후측 범퍼 케이스 부품이 없어 11월에도 수리가 끝나지 않았다. 임 씨는 "본인은 물론 카센터에서도 현대모비스에 계속 부품을 요청했으나 언제쯤 부품이 나오는지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단종 차량의 경우 자체적으로 단종 후 10년까지 계열사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AS에 필요한 차량 부품이 없어 수리가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며 소비자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부품 때문에 몇 개월간 수리가 완료되지 않아 출퇴근, 업무에 차량이 필요한데도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차주들이 많다.

자동차관리법에는 차량 부품 보유기간이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AS 부품 부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현재 부품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단종 차량일지라도 일정 부분 수량이 충족될 경우 공급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최근 1년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차량 AS 부품 부족으로 인한 수리 지연 사례를 분석한 결과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의 수입차 브랜드는 물론 현대차·기아·쉐보레·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등 국산차 브랜드에서도 부품 수급 지연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트럭 구동에 필요한 오일펌프가 서비스센터에 없어서 영업에 차질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전기차 배터리 관련 부품을 해외에서 수급하는 데 1개월 이상 걸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부품 수급이 언제 이뤄질지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차주가 더 큰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일부 단종 차량은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다시 생산할 일정이나 계획을 소비자가 알기 어려워서 언제 수리가 완료될지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9조의3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자는 자동차의 원활한 정비를 위해 단종 후 8년 이상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도 부품 보유 기간을 단종 후 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종된 차량은 물론 판매 중인 차량 역시 AS 부품이 제때 수급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신차는 물론 단종 차량 부품도 수요에 따라 원활히 공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신차 판매가 늘면서 차량 제작용으로 부품 공급이 일부 많아진 측면은 있으나 점차 개선 중이라는 설명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신차 제작에 필요한 부품 이외에 AS 부품도 일정 비율로 제작하고 있다"며 "최근 신차 쪽으로 부품이 일부 쏠리는 측면은 있으나 지속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래된 차종의 경우 일정 수량 이상 수요가 모이면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평균 수명이 6~7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환경을 고려해 원활한 차량 부품 공급이 이뤄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동차 부품 공급 과정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고 부품 의무보유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 역시 "자동차 회사들이 불량 발생률 등을 고려해 자사 차종별 부품의 적정 재고를 평소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한국형 레몬법에 해당하는 차량은 누적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하면 환불/교환 대상이 되므로 소비자들도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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