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최 씨-장 씨’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고려아연과 자회사인 켐코(KEMCO)가 함께 개발한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의 제조·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외국 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거나,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과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할 때는 미리 산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자부 장관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뒤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이번 지정으로 고려아연은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매각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일례로 국내 대형 전선 회사인 A사는 2019년 보유하고 있는 ‘500kV급 이상 전력 케이블 시스템 설계·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선정되면서 당시 추진하던 해외 매각이 무산됐고 2년 뒤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국내 대형 공작기계 회사인 B사도 보유하고 있는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제조 기술’에 대해 중국과 일본 기업 등에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지만 결국 국내 기업에 인수됐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인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의 제조·공정 기술’은 우리나라가 이차전지 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전방 산업인 전기차 산업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 기업인 크레딧솔루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구체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85% 이상이다. 국내에서 중국산 전구체 의존도는 무려 97.5%(한국무역협회 기준)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고려아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향후 MBK와 영풍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는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20조 원이 넘는 고려아연의 시가총액과 인수에 사용된 대규모 자금 때문에 MBK와 영풍의 투자금 회수 작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투자금 회수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 그 사이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려아연 핵심 기술의 해외 공유와 수출 등 우회적 방법이 동원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규모 배당 정책으로 고려아연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도 나온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18일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점부터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톱 레벨의 기술력이 꽃 피울 수 있도록 고려아연 기업 지배구조를 신속히 개선하고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