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베트남은행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임직원 대다수가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고 리테일과 기업금융 부문이 기복없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한 207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2328억 원)의 89.2% 수준으로 현 추세로는 지난해 연간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연말 기준으로는 최대 3000억 원 수준의 당기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3일에 열린 금융권 홍콩 IR에서 "베트남 법인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연간 2600~3000억 원 가량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이같은 순이익 규모는 국내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1489억 원)보다 약 600억 원 가량 더 많다. 시중은행 해외법인 1곳의 수익성이 지방은행보다 높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의 고속성장은 베트남 경기 부진으로 올 들어 현지 은행들의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고무적인 결과다.
총자산 기준 현지 1위 국영 상업은행인 BIDV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1% 감소한 6297억 원에 그쳤고 우리은행의 현지법인 베트남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30% 감소한 418억 원에 불과하다.
신한베트남은행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원동력은 '현지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베트남 현지에서 54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한국-베트남 수교가 이뤄진 이듬해인 1993년 현지 사무소 형태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뒤 2009년에서야 법인으로 전환됐다. 이후 2011년 신한비나은행, 2017년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리테일부문 인수로 인해 자산 기준 현지 외국계은행 1위에 올랐다.
특히 신한은행은 현지 본부장급 임원 11명 중 절반 이상인 6명이 베트남인으로 구성되어있고 법인장 포함 전체 임원 20명 중에서도 30% 가량이 현지인이다. 외형 뿐만 인력 구조상으로도 현지화가 상당 부분 이뤄진 셈이다.
신한베트남은행 리테일 부문의 경우 현지 고객들만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대출 자산 비중이 60%를 넘겨 외형적으로도 이미 현지화가 양호하게 진행된 상태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Hyper-Localization' 전략을 통해 기존 현지화 전략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리테일 고객 타겟을 기존 한국계 기업 근로자 중심에서 현지 도시 근로자 중심으로 흡수하고 디지털 전략에 있어서는 신한은행과 현지 대형 로컬은행, 디지털 전문기업들의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해 실질적인 디지털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화와 별도로 그룹사 시너지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신한투자증권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신한카드가 2019년, 신한라이프는 2022년에 현지법인을 출범시켰다. 지난 8월에는 베트남 호치민에 5개 그룹사 임직원 1200여 명을 수용하는 통합사옥에 입주했다.
영업 차원에서는 신한은행을 통해 신한라이프의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신한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한카드 영업망 확대 등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라는 한계를 넘어 대형 로컬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현지화 전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향후 도심 급여생활자 및 우량 로컬기업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여 현지고객 기반을 한층 더 확대하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