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을 잘못 알고 해당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의 항의에 BMW는 원칙적으로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BMW는 3월부터 계속 잘못된 설명문을 게시하고 있다가 7개월만에 홈페이지를 수정 했고, 해당 사안에 대해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하는 등 늑장행보로 일관했다.
BMW 측은 '상세 페이지 이미지와 실제 차량이 다를 수 있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사양이 다르게 기재됐어도 원칙적으로는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에 사는 장 모(남)씨는 지난 10월 BMW 온라인샵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모델 'X5 50e 스포츠 프로 스페셜 에디션' 모델을 1억4000만 원에 구입했다.
자동차 스펙을 분석하는 취미가 있던 장 씨는 차량 도착 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X5 50e에는 영국 하이엔드 음향기기 브랜드인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 35개가 탑재돼 4D 오디오 환경을 만든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는데 막상 확인해 보니 20개뿐이었다.
장 씨가 BMW 측에 문제를 따졌지만 고객센터에선 "딜러사와 논의하라"며 보상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홈페이지상 제품 홍보 페이지에는 스피커 수가 35개에서 20개로 슬그머니 수정된 상태다.
장 씨는 “스피커 20개로는 설명에 쓰인 4D 오디오 환경을 만들 수 없다. 차에서 음악을 즐겨들어 4D 환경을 바라고 구매해 억울한 마음이 크다”면서 “1억4000만 원 짜리 차량에 허위 스펙이 적혀 있었는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니 어이가 없다. 딜러를 통해 구입한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BMW 관계자는 “해당 차량의 경우 상세 페이지의 이미지와 실제 차량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한 바 있어 원칙적으로는 보상이 불가하다”면서 “다만 고객 케어 차원에서 적절한 보상을 제시해 현재는 원만히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연히 소비자에게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대목이다. 아무 조치도 없다면 사기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사이트상 내용을 수정한 건 BMW 자체에서도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X5 50e는 기본적으로 스피커가 20개만 탑재된 차량이다. 영업점 딜러들도 20개로 홍보하고 있고 이들 유튜브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홈페이지의 한정판 모델 설명서에만 35개로 적혀 있으니 ‘한정판은 스펙이 다르다’고 오해할 수 있는 셈이다.
X5 50e 모델의 35개 스피커 홍보는 3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 지적 이후 7개월 만에 정확한 스펙이 홈페이지에 안내된 것이다.
테슬라로부터 시작된 자동차 온라인 구매는 이제 흔한 차량 구매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매장을 방문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고 딜러와 흥정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또 30·40세대나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모델을 원하는 트렌드 세터들 중심으로 온라인 구매가 자리 잡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할 때는 홈페이지에 안내된 스펙을 보고 결정하게 된다. 그만큼 소비자는 사이트에 나온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브랜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