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대덕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인들에게 모바일상품권을 선물했다가 지난 3년 동안 8건이 수신자 휴면상태로 이용하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이 씨는 업체 측에 환불해 달라고 계속 요청했지만, 수신자가 신청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수신자는 연락도 닿지 않고 업체서도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배 모(여)씨는 배달앱 모바일상품권 금액권을 등록했으나 유효기간이 지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배 씨는 배달앱 측에 환불을 청했으나 잔액의 80%만 환불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배 씨는 “현금 5만 원을 주고 산 상품권인데 왜 80%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일본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상품권을 온라인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상품권 유효기간이 여행 가기도 전에 만료된다는 사실을 구매 후 발견했다. 김 씨는 바로 결제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취소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고. 업체 측은 “발급사 규정에 따라 취소·변경이 불가능하다”며 “상품정보에 유효기간을 이미 안내했다”고 말했다.
#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프랜차이즈 카페 금액형 모바일상품권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가격이 저렴해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프로모션 상품으로 유효기간이 30일로 짧은 데다가 연장도 수수료 200원을 내고 한 번밖에 할 수 없었다. 일반 금액형 모바일상품권은 여러번 나눠 사용할 수 있지만, 김 씨가 구입한 것은 한 번에 전액 사용해야 했다고. 김 씨는 "할인해 구매했다곤 해도 비용을 지불했는데 이용조건이 심각하게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모바일상품권을 현금과 마찬가지로 여기다 보니 환불을 거부당하거나 복잡한 절차, 환급 비율 등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모바일상품권 환불을 둘러싼 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이 잦아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015년 '신유형상품권 표준약관'을 제정하고 환불 기준을 세웠으나 유사한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환불 중에서도 △할인 판매한 상품권의 연장 불가·짧은 유효기간 △모바일상품권을 받은 수신자 휴면시 환급 다툼 등 주로 공정위 약관에서 벗어난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여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2016년 1월에는 '신유형상품권 표준약관'에서 △구매취소 불가 △환불·잔액 반환 시 이에 소요되는 비용과 함께 해지 수수료 추가 부과 △잔액이 일정금액 이하일 때 환불 불가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삭제토록 했다. 2020년 12월에는 표준약관을 개정해 물품·용역 제공형 상품권 발행 시 환불 사항 표시를 의무화했다.
현행 신유형상품권 표준약관에서는 '상품권 종류 상관없이 구매일로부터 7일 이내 구매액 전부 환불받을 수 있다'고 돼있다. 금액형 상품권은 유효기간 내 상품권 금액 60% 이상을 사용한 경우 환불받을 수 있다. 단 1만 원 미만 경우에는 8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유효기간이 지났더라도 소비자는 구매일 또는 최종 충전일로부터 5년까지 잔액의 90%를 환불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11번가 기프티콘, KT알파 기프티쇼 모두 공정위 표준약관에 기반한 취소·환불규정을 안내하고 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환불되지 않는 모바일상품권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며 "공정위 표준약관에 따라서도 이러한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모바일상품권 판매업체 중 한 곳은 "할인 프로모션하는 일부 상품의 경우 환불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사전에 충분히 고지한다"고 전했다.
◆ 모바일상품권, 할인 판매해 환불 불가? 환불 거절 불만 터져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모바일상품권 환불 관련 불만 중 과반수 이상이 환불을 거절당했다는 내용이다. 모바일상품권 판매업체에서 정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프로모션 상품이라는 이유로 환불을 제한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일부 모바일상품권은 서비스 제공업체에 상품권을 등록하거나 상품권 금액 일부를 사용해 환불이 불가한 경우도 있었다.
또 네이버쇼핑, G마켓,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에서 산 모바일상품권 환불을 놓고 발행처와 판매업체 간 환불 책임을 서로 미뤄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올해는 특히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해당 몰에서 모바일상품권을 구매했다가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해피머니 상품권, 여행상품, 외식상품권 등을 구매했다가 티메프 측 정산지연으로 판매업체들이 환불없이 상품권 코드를 회수하면서 소비자들 피해가 컸다.
드물게는 해외업체가 발급한 모바일상품권을 구입했는데 표준약관에서 정한 7일 내 환불이 안된다는 불만도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업체가 발급한 모바일상품권은 표준약관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위 측은 표준약관은 권고일 뿐이며 이용 규정은 업체서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할인 판매 상품권에 별도 환불·이용 규정을 적용하는 게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 환불주체는 구매자? 수신자?...수신자 사용안하면 업체 낙전수입
환불 주체를 둘러싼 갈등도 많다. 모바일상품권은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는 특성 탓에 이같은 문제가 잦다. 구매일로부터 경과 기간에 따라 환불 가능한 주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쇼핑하기, 기프티쇼, 기프티콘 등은 청약철회 기간인 7일 이내에는 구매자가 주문내역에서 100% 취소할 수 있다. 이후에는 수신자가 90%를 환급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고발센터에는 선물을 받은 이가 휴면 계정이라거나 연락 두절 등으로 상품을 등록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구매자가 환불 받지 못한다는 호소가 제기되고 있다.
신유형상품권 표준약관에서는 원칙적으로 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최종 소지자'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최종 소지자가 휴면 계정이거나 연락 두절 등으로 환불을 요청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구매자가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구매자가 직접 이를 증빙해야 하다 보니 현장에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이 경우 환불되지 않으면 미사용 금액은 결국 소멸시효를 넘겨 업체의 낙전수입이 될 수밖에 없다.
◆ 복잡한 환불 절차, 낮은 환급 비율 불만
환불시 환급 비율 관련 지적도 적지 않다. 표준약관에 따르면 유효기간이 지난 뒤에는 90% 환불하도록 규정됐는데 100%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많진 않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는 50~80%의 잔액을 환급 받았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 또한 표준약관이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다.
카카오, 11번가, KT알파 등은 개발비, 인건비 등을 감안해 10%를 공제한다는 공통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약관 제정 당시 구 상품권법을 준용해 10%를 공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시행령 등으로 청약철회나 환불 등에 관한 강제성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적어도 유효기간 경과 시 90% 환불, 할인 구매 상품권에 대해서도 동일 약관 적용 등 강제성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9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선불충전금 전액을 별도 관리하도록 한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처럼 환불 의무 등을 법령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들도 일정 제반 운영비용 공제에 동의한다"면서도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지만 업계 스스로도 운영비용 공제를 넘어 낙전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상품권 유형이 워낙 다양해 어떻게 규율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사업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대로 운영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