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중징계에서 벗어날 경우 대폭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랩·신탁 불법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9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약속한 랩·신탁 상품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불법적인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 계좌간 손익을 이전한 점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금융위원회에 요구한 상태다.
최대 관심사는 증권사 CEO 중징계 여부다.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으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에 해당해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지난 6월 금감원은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와 관련해 당시 WM총괄본부장이었던 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에 '주의적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석기 교보증권 각자대표는 랩·신탁 운용에 고유자산을 이용한 것에 대해 손실보전 의사결정을 승인한 것으로 인해 지난 10월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치를 사전 통보받았으나 제재심을 거쳐 '주의적 경고'로 처분 수위가 낮아졌다.
교보증권은 박봉권·이석기 각자대표 체제로 박봉권 대표가 자산관리, IB 부문을 맡고 이석기 대표는 경영지원, S&T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에서는 이석기 대표에만 징계가 내려졌다.
증권가에서는 금감원의 경징계 처분이 최종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 중징계를 내리더라도 이후 업계 소명을 거쳐 경징계로 완화했다면 이를 다시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 제재가 CEO 경징계로 마무리될 경우 호실적을 기록한 이석기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기 대표는 2021년 교보증권 대표이사 선임 이후 3연임에 도전 중이다.
교보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연결기준 13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7% 증가했다. 자기자본 규모 역시 별도기준 1조9729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96억 원 늘었다.
올해 1월 부임한 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가 경징계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한 점도 이석기 각자대표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교보증권은 당초 25개 지점을 18개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했으나 지난달 말 노사 합의를 통해 추진을 중단하고 리테일 사업 활성화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CEO가 임원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와 달리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면 이사회에서 그동안의 성과, 최근 실적 등을 감안해 회사 차원에서 가장 이익이 되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제재가 금융위에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태에 여러 증권사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금융위 증선위, 안건소위, 정례회의를 거쳐 제재 수위를 확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증선위에서 제재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라며 "금융위 의결이 마무리되면 금감원장 조치 사항에 대해 제재 심의가 이미 끝난 만큼 당사자에게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