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의 디지털 보안 평가·심사·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보안원과 시중은행간 업무 연관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자리 이동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신한은행은 차기 상임감사로 김철웅 금융보안원장을 임명했다. 김원장은 금융감독원에서 ▲일반은행국장 ▲불법금융대응단 국장 ▲분쟁조정2국장 등을 거쳐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를 지낸 뒤 2021년 12월 금융보안원장에 취임했다. 1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 측은 "최근 내부통제 중요성을 감안해 금융감독원에서의 은행감독 업무경험과 금융보안원장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디지털 정보 보안 전문성을 갖춘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 퇴임 직후 은행 상임감사행 '판박이'... 이해상충 우려
김 원장 이외에 역대 금융보안원장은 모두 퇴임 직후 대형 시중은행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대형 시중은행 상임감사는 직제상 은행장 다음으로 최대 수 억원의 연봉이 보장된다.
초대 원장이었던 김영린 원장은 퇴임 후 농협은행 상임감사로 이동했고 2대 허창언 원장은 신한은행, 3대 김영기 원장은 임기만료 직후 국민은행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금융보안원은 금융위원회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사단법인으로 공공기관은 아니다. 주로 금융권 통합 보안관제와 금융회사 보안성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운영 재원은 대부분 금융회사들의 분담금이다.
역대 원장들 중 정보기술(IT) 또는 보안 분야에 특화된 인물은 없다. 그러나 금융감독기구에서 수 십년 간 금융회사 검사를 통해 전문성을 쌓았다는 점에서 금융보안원장 결격사유로 보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보안원은 디지털 금융 측면에서는 사실상 준 감독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어 이 곳 수장으로 공공적 성격이 있는 인물이 임명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취업심사를 받고 이동하는 것이라 절차상으로도 하자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보안원장에서 시중은행 상임감사로 직행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해상충을 비롯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보안원장은 임기 3년이 보장되면서 연봉도 수 억원 대에 달해 이른 바 '꿀보직'으로 알려진 자리다. 특히 금융당국 고위 공직자들은 퇴임 후 3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데 금융보안원장 임기 동안 취업제한 기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이른 바 '경력 세탁'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금융회사들의 보안 점검 및 평가, 인·허가, 갱신 업무 등을 담당하는 금융보안원의 역할이 커지면서 금융회사의 업무 연관성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금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보안원도 과거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소속 기관장이 임기를 마치자 마자 업무 연관성이 있는 민간 금융회사로 가는 것은 중립적 업무 수행 보장이 어렵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보안원이 금감원과 달리 감독권한이 없고 금융회사들의 보안 점검이나 상시 컨설팅 중심의 활동을 하다보니 금융보안원장으로서의 이해상충보다는 이들이 금감원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이해상충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보안원은 감독보다는 컨설팅을 통한 금융회사 보안체계 강화의 취지가 더 강하기에 금융보안원과 금융회사의 이해상충을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금감원 출신이 은행 상임감사로 이동한다는 점에서는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