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정자는 기재부 차관보를 지낸 뒤 경상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과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금융분야의 탁월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어 능력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농협금융은 잇따른 횡령·배임사고와 H지수 ELS 사태 등으로 내부통제 개선과 더불어 5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낮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놓여 있다.

◆ 횡령·배임사고 빈번했던 농협은행... 내부통제 강화 급선무
이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내부통제 개선 문제다. 핵심 계열사 농협은행은 올해 여러 건의 직원 횡령·배임 사고로 인해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를 노출시켰다.
농협금융은 지난 10월 말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이사회 차원에서 내부통제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직원 개개인의 윤리의식 강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NH윤리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직무별 내부통제 준수사항과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필수 자격요건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초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회장에게는 조직개편을 통한 내부통제 내재화 및 강력한 내부통제 장치를 부여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특히 전임 회장 부당대출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제'와 '윤리경영실 신설' 등을 선보이면서 농협금융도 강력한 내부통제 장치를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사다.
다만 농협금융은 이미 금융지주 회장 선임 이전에 주요 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이 내정자가 임기 첫 해에 대대적인 쇄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내부통제 문제와 별개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관심사다. 이석준 회장은 올해 초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강 회장과 대립하면서 껄그러운 임기 마지막 해를 보냈다. 이 내정자의 경우 강호동 회장과의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멀어지는 금융지주 순이익 4위 탈환... 농지비 부담도 가중
이 내정자의 또 다른 과제는 실적개선 문제다. 올해 3분기 농협금융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2조3151억 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5대 금융지주 중에서 농협금융은 우리금융지주보다 3448억 원이 모자른 5위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 4위였지만 이변이 없는 한 올해는 5위로 내려 앉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농협금융이 이미 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으로 이어지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춘 상태라는 점이다.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4위 우리금융은 생보사 인수가 진행 중이고 지난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등 내년에 비은행 부문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내년에는 우리금융과의 순이익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에 매년 부과되는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부담도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농지비로 금융지주에 내고 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에 납부하고 있다.
농협법에 의해 설립된 특성상 농지비 부담은 필연적이지만 문제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농협금융이 지출한 농지비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4927억 원으로 내년에는 5000억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더욱이 농지비 인상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될 가능성도 높다. 신임 금융지주 회장이 농지비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편 이 내정자는 공직자 윤리위원회 취업심사 대상이어서 내년 1월 24일 취업 심사에서 승인되면 2월 3일 최종 후보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