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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관세 폭탄' 예고·점유율 1%미만 추락에도 현대차 중국 투자 계속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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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관세 폭탄' 예고·점유율 1%미만 추락에도 현대차 중국 투자 계속하는 이유는?
  • 정우성 기자 wsj4321@csnews.co.kr
  • 승인 2024.12.3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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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이동석·무뇨스 바르셀로 호세 안토니오)가 시장 점유율 1%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도 중국 시장에 베팅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시장이자, 전기차의 '메카'인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지정학적 위기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대응책으로도 중국 시장은 유용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이다. 

최근 현대차의 현지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1조6000억 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현지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각각 80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말라카 해협
▲말라카 해협

◆ 중국 내륙 통한 수출 통로...배터리 공급망 매력

중국 유력 경제매체 후시우(虎嗅)는 현대차가 베이징현대에 투자하게 된 배경으로 지정학적 위기 대응과 배터리 공급망을 꼽았다.

지정학적 위기 대응이란 우리나라 해상 물동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말라카 해협과 관련돼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분쟁이 말라카해협 물류에 위협이 됐을 때 현대차는 중국 내륙이나 중국의 항만을 이용한 물류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산업을 비롯한 공급망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득이 있다. 현대차는 올해 소형 전기차를 공개해 대중화에 나섰다면, 내년에는 중·대형급 전기차를 통해 전동화 라인업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관련 소재, 부품, 장비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시장은 중국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북경현대의 중국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 발전을 촉진하는데에 있다"면서 "또한 중국과 한국 경제 협력의 건전한 발전, 베이징시 정부 지원, 양사 주주들의 공동 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시장 장기적 발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시 순이구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베이징시 순이구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 성장하는 중국 시장...현대차 점유율 1% 미만

중국은 신차 출고 규모가 연 3000만 대인 세계 최대 시장이다. 2023년 중국 자동차 생산 및 판매는 각각 3016만 대와 3009만 대로 2022년과 비교해 각각 11.6%와 12% 성장했다. 2024년 기준 그 숫자는 31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연간 판매 대수도 지난해 24만 2000여 대의 절반 가량으로 추정된다. 2017년 사드 사태로 현대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뒤 여전히 감소추세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점유율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서 중저가 자동차는 현지 중국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최고급 모델은 수입 브랜드의 힘이 뚜렷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판매를 견인할 인기 차종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의 애국주의 소비와 중국 내 소비 둔화 현상 등이 맞물려 현대차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 1∼3공장, 창저우 공장, 충칭 공장 가운데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올해 초에는 충칭 공장까지 처분한 상태다.

◆베이징서 만든 차 한국으로...중국 취향도 공략

베이징현대는 내년부터 현지 전략형 순수 전기차를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소비자 취향과 요구사항을 반영한 신차 개발을 위해 올해 10월 상하이에 포워드 테크놀로지 R&D 센터를 출범시켰다. 시설에 중국 특화 R&D 체계를 도입해 중국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신차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베이징현대에서 생산된 차량이 중국 내수 시장 대신 한국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베이징현대에서 생산돼 지난 4월부터 한국 시장에 투입된 중국산 중형 택시 쏘나타 LPG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이즈유데이터랩에 따르면 쏘나타 LPG는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1만2048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국내에서 판매된 쏘나타 모델 중 36.6%를 차지했다.

▲202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베이징현대 포워드 테크놀로지 R&D 센터 출범식
▲202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베이징현대 포워드 테크놀로지 R&D 센터 출범식
◆보호 무역과 중국 수입차 시장 리스크

현대차의 중국 시장 투자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본격적으로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비롯한 각국 관세 정책도 주목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들이 우리와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차마다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그들은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10월부터 중국 전기차에 기존 10%에서 최고 45.3%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9월부터 27.5%에서 102.5%로 높인 상태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수입차의 입지가 중국 차 시장에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외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62%에서 2024년 1월~9월에는 36%로 떨어졌다. 미국 잡지 〈더디플로맷〉보도에 따르면,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향후 3~4년 내에 2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차 업계 관계자는 "BYD 등 로컬 브랜드의 성장과 테슬라의 공세 속에서 현대차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다"면서 "거대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성장할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부터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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