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진 '티메프 사태'로 환불 지연 민원이 다수 제기됐는데 해당 민원은 카드사 귀책사유로 보기 어려워 실질적으로 금융권 민원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3일 각 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회사(은행·보험·증권·카드사)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은 전년 동기 대비 26.8% 감소한 6만734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서 발생한 공모주 청약 지연 사태로 2023년 증권사 연간 민원이 폭증하면서 전체 금융회사 민원도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기저효과로 감소한 모습이다.
◆보험사 민원 소폭 감소...은행 민원 줄었지만 'ELS 민원' 제외
전체 업권에서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손해보험사였다.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에 대한 소비자 민원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4만413건이었다. 전체 금융회사 민원의 60%를 차지했다.
손보사 민원의 경우 지난 수 년간 백내장, 도수치료 관련 실손보험 과다청구 논란으로 인해 민원이 들끓었지만 해당 이슈가 해소되면서 2023년부터 민원건수가 감소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개별 손보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69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화재(6677건) DB손해보험(6650건) KB손해보험(5823건), 메리츠화재(5677건) 등 상위 5개사 민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손보사 민원이 대체로 감소 추세였지만 한화손해보험은 민원건수가 같은 기간 1891건에서 2386건으로 26.2% 급증했다. 한화손보의 경우 직전년도(2023년) 민원건수가 이례적으로 줄어든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입장이다. 연간 환산 민원건수 기준으로 한화손보는 29.36건으로 6대 손보사 중에서 삼성화재(21.17건), DB손보(28.03건) 다음으로 적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 민원건수도 전년 대비 9.3% 감소한 1만7167건을 기록했다. 개별 회사로는 삼성생명 민원건수가 3861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전년 대비 13.7% 감소하면서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과거 브리핑 영업으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던 KDB생명은 지난해 민원건수가 전년 대비 29.5% 줄어든 1503건으로 지속적으로 개선 추세였다. 특히 KDB생명은 2년 전이었던 2022년 민원건수(4244건)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절반 이상 민원을 감축시켰다.
지난해 은행 민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소비자 민원건수는 전년 대비 10.7% 줄어든 1289건을 기록했다.
다만 주요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여부가 판가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번진 '홍콩 H지수 ELS' 관련 민원을 포함하지 않았다.
◆ 증권사 민원 줄었지만 대형사는 증가... 카드사 '티메프 민원'으로 울상
전년 대비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증권사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소비자 민원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2067건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도에 DB금융투자, iM증권, LS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공모주 청약 절차에서 MTS로 과도하게 접속자가 몰리면서 접속지연이 발생해 민원이 다수 발생한데 따른 기저효과였다.
전체 증권사 민원은 줄었지만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형 증권사 민원은 일제히 늘어난 점도 특징 중 하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소비자 민원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한 715건,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기간 소비자 민원이 80건에서 222건으로 크게 늘었다.
두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발생한 '홍콩H지수 ELS 사태' 관련 민원이 다수 제기되면서 전체 소비자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았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파생결합증권 관련 소비자 민원만 440건으로 전체 민원의 61.5%에 달했는데 이 중 상당수는 홍콩H지수 ELS 민원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도 전액손실 처리된 벨기에 부동산 펀드 관련 민원이 집중 제기됐다.
미래에셋증권도 파생결합증권 민원이 169건으로 전체 소비자 민원의 76.1%를 차지했다.
두 증권사 외에도 ▲KB증권(45건→159건) ▲신한투자증권(129건→150건) ▲NH투자증권(51건→127건) ▲삼성증권(63건→111건) ▲하나증권(66건→108건) 등 대형 증권사들은 일제히 전년 대비 소비자 민원이 늘었다.
반면 카드사들은 '티메프 사태' 관련 민원 때문에 대부분 전년 대비 소비자 민원 건수가 급증했다.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해 소비자 민원건수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640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카드사 소비자 민원 6403건 중에서 티메프 사태 관련 민원은 1646건으로 25.7%에 달한다. 해당 민원은 전자지급결제대행사와 티몬, 위메프의 환불 절차 지연으로 인한 민원으로 카드사의 과실로 보기 어려운 민원이다. 티메프 관련 민원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카드사 민원은 오히려 25.4% 감소했다.
개별 카드사 중에서는 신한카드 민원이 가장 많았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소비자 민원은 전년 대비 24.9% 감소한 1808건이었다. 민원건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카드사 중에서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 2023년 '더모아카드' 단종으로 인한 일시적 민원 급증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으로 전체 민원건수는 감소했지만 전체 카드사 민원의 28.2%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